"코냑은 아시아 음식과 잘 어울립니다.

특히 닭볶음탕처럼 맵고 자극적인 한국 음식에는 30년 이상 숙성시킨 XO가 적당합니다.

고추장을 덜 넣어 만든 비빔밥에는 신선한 향을 지닌 스탠더드급(4~6년) VSOP가 적합하지요."

최근 방한한 세계 최대 코냑 제조업체 모엣헤네시 창업자의 8대손인 모리스 리처드 헤네시(58)는 "한국의 양주 시장은 위스키가 압도하고 있지만 위스키보다 코냑의 음식 궁합이 좋다"며 이같이 말했다.

모엣헤네시는 세계 최대의 명품그룹 LVMH(루이비통모엣헤네시)의 자회사이며,헤네시씨는 LVMH의 주요 주주로 회사의 홍보대사를 맡고 있다.

"위스키 애호가는 코냑 애호가에 비해 상상력과 모험심이 부족하다고 봅니다.

코냑은 아무데서나 생산하는 게 아니라 코냑 지방 특유의 역사와 문화의 결정체입니다.

상당한 지식을 쌓아야만 제대로 음미할 수 있다는 것이죠." 코냑은 프랑스 코냑 지방에서 생산하는 와인 증류주로 곡물을 원료로 영국 미국 일본 등에서 생산하는 위스키에 비해 유통물량이 적다.

전 세계 양주시장에서 코냑과 위스키 비중은 30 대 70.

헤네시씨에게 코냑 사업은 200여년간 내려온 가업이다.

아일랜드 귀족 출신인 리처드 헤네시가 1765년 프랑스 코냑 지방으로 건너와 헤네시를 설립한 뒤 1971년 샴페인 제조업체 모엣샹동과 합병해 모엣헤네시로 거듭났다.

1986년 패션업체 루이비통과 합병을 주도한 모엣헤네시의 킬리안 헤네시는 그의 6촌 할아버지.

"술 사업은 8대에 걸쳐 계승됐지만 강제적인 것은 아니었습니다.

헤네시 가문 자손 중 원하는 사람들에게 전수됐습니다.

부친은 핵물리학자여서 코냑 사업과는 무관합니다.

저의 세 딸도 다른 일을 하고 있어 앞으로 누구에게 물려줘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주주인 그가 최고경영자(CEO)가 아니라 홍보대사를 맡고 있는 사연이 궁금했다.

"모엣헤네시처럼 큰 기업을 이끌려면 지식과 열정,에너지를 지녀야 합니다.

제 역량으로는 부족합니다.

전문경영인인 크리스토프 나바르 CEO가 적임자지요.

저는 코냑 지방에서 포도 농장을 운영하는 데 만족합니다."

실제 그는 6명의 인부를 데리고 91㏊ 규모의 포도 농장을 경영하고 있다.

포도원 경영은 주변 농장주들과 의견을 끊임없이 교환하며 수많은 결정을 내려야 하기 때문에 CEO와 다를 바 없다고 그는 말을 맺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