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축구 야구를 즐기는 박모씨(45)는 최근 오래 서 있기만 해도 허벅지가 찌릿찌릿하고 아프다.

동네 정형외과에 갔지만 이유를 모른다고 해서 조만간 대형 병원을 찾아가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받을 생각이다.

상해보험에 가입한 만큼 보험사에 검사비의 대부분을 청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로 대학병원에서 시행하는 100만원대 이상의 고가 건강검진은 대상자의 나이에 무관하게 CT검사가 필수항목으로 포함되면서 조금만 몸에 이상이 생겨도 CT를 찍어야만 안심이 된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필요하지 않거나 다른 검사로 대체할 수 있는 데도 CT검사가 너무 잦게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영상진단기기 중 CT만큼 정확하고 수월하게 인체 내부의 단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장비도 드물다.

수초 또는 수십초 안에 심장 폐 뇌 복부 전신혈관 등 인체의 거의 모든 부분을 찍을 수 있다.

이 때문에 교통사고나 낙상 등으로 다친 응급환자를 신속히 진단하는 데 CT 촬영이 일반화돼 있다.

최근 들어 요로결석의 진단,암의 진행 정도 및 수술 후 재발이나 전이 여부 판정,심장관상동맥의 막힌 정도 측정 등에도 널리 쓰인다.

문제는 남용될 경우 방사선 과다 노출에 의한 폐해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검진을 받거나 사고를 당하지 않더라도 연간 2.4mSv(밀리시버트:인체가 방사선에 피폭됐을 때 입는 피해를 계량화한 지수)의 방사선에 노출된다.

국제 의학계는 여기에 추가로 1mSv의 방사선에 노출되지 말 것을 기준치로 권고하고 있다.

그런데 CT검사는 일반 방사선 검사보다 많은 양의 방사선을 환자에게 쏘인다.

흉부 X선 촬영을 하면 한 번에 0.1mSv 이내의 방사선에 노출된다.

X선을 실시간으로 쪼면서 수십분간 위장관 내부를 살펴보는 투시검사는 2mSv 정도다.

CT 촬영의 경우 머리와 목 부위는 2mSv,흉부는 8mSv,복부는 10mSv 정도의 방사선을 받게 된다.

일반적으로 CT 한 장을 찍을 때 단순 X선 사진보다 적게는 10배,많게는 100배 이상의 방사선을 쪼이게 된다.

따라서 꼭 필요하지 않다면 CT를 찍는 게 건강에 해로울 수밖에 없다.

환자 진단을 위한 방사선 허용량은 국제적으로 정해진 바가 없다. 다만 방사선의학자들의 모임인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는 의사들이 정확한 진단을 위해 CT 검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중복되지 않는 선에서 '합리적으로 가능한 낮은 방사선량으로'CT 검사를 시행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일선 의사들은 방사선을 맞는 것을 우려해 위급한 상황에 놓인 환자의 CT촬영을 주저하면 안된다는 입장이다.

특히 오진을 줄이고 의료사고 발생시 무죄를 입증하려면 CT를 활용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보다 심각한 것은 병원의 수익 증대 차원에서 고가 건강검진 프로그램에 CT가 선택사양이 아닌 필수항목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보통 폐 CT는 7∼17mSv(보통 8mSv)의 방사선을 인체에 쏘인다.

반면 폐암 조기 발견에 쓰이는 저선량 CT는 이의 4분의 1 수준인 1.5∼2 mSv의 방사선을 쏜다.

폐에는 공기가 많아 적은 양의 방사선만으로 폐를 비교적 선명하게 찍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저선량 폐 CT는 3㎜ 크기의 초기 암을 잡아낼 수 있고 단순 흉부 X선 촬영에 비해 조기 폐암 발견율도 4∼6배나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폐 CT는 폐암 위험이 낮은 사람(비흡연자)이나 젊은 여성(유방이 방사선에 취약)에겐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반적으로 연령에 따른 방사선에 의한 피해 민감도는 20∼30세에 절정을 이루고 45세까지 완만하게 떨어지다가 50세 이후에야 둔감해진다.

세포가 노화될수록 방사선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건강한 젊은이들이 건강검진 목적으로 CT를 찍는 것은 삼가야 한다.

방사선이 여러 장기 중 적색 골수(조혈 모세포)나 위장관 섬모세포(점막 바깥층에 존재),남자의 생식기나 여성의 유방 등에 미치는 피해가 상대적으로 크다는 사실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도움말=정재준ㆍ정태섭 영동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교수,이경수 삼성서울병원 영상의학과 교수,이광용 식품의약품안전청 방사선안전과 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