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욱 농심회장 인터뷰 "고객 클레임 생기면 스스로 공개하겠다"
"고객의 클레임으로 문제가 생겼을 때 저희가 먼저 공개하겠습니다.

당분간 이물질 혼입 사고가 더 많이 발표될 수도 있겠지만 믿고 지켜봐 주십시오."

'쥐머리 새우깡'으로 곤욕을 치른 손욱 농심 회장은 4일 기자와 만나 이같이 밝혔다.

삼성 시절 '혁신 전도사'로 불리다가 올초 농심에 영입된 손 회장은 '새우깡' 사건 이후 근 20일 동안 마음고생도 많이 했다.

그는 내주 중 발표 예정인 식약청과 중국 당국의 농심 칭다오공장ㆍ부산공장에 대한 공동조사 결과를 조심스레 기다리고 있다.

손 회장은 이번 사태가 구조적으로 경직된 조직 문화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새우깡은 초창기 농심이 어려웠을 때 '효자'였지만 이후 변화가 부족했다"며 "안성탕면 신라면 등에 힘입어 20년간 앉아서 편하게 영업하다 보니 태만해졌고 임직원들이 스스로 노력하지 않고 창업주(신춘호 회장)의 지시에만 귀 기울인 점도 있다"고 말했다.

농심은 실제로 이마트에까지 판매보증금을 당당히 요구했던 일화로 유명하다.

지난해까진 임원 정년도 없어 60대 임원이 수두룩했고,10여년간 외부 인재 영입도 없었다.

새우깡 매출이 바닥까지 떨어지는 타격을 입었지만 손 회장은 오히려 위기가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삼성에서도 1994년부터 신경영을 선언했지만 실질적인 변화는 외환위기 충격 후 1년 동안 일어났다"며 "위기 상황에서 체질개선 작업을 마무리하면 신 회장 1인이 이끌고 5000명이 뒤따르던 구조가 앞으론 5000개 기관차가 일사분란하게 이끄는 구조로 재편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해 PI(프로세스 혁신) 실천계획과 제품 혁신 작업에 300명을 투입,시스템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와글와글 떠들면 좋은 결과가 우글우글 나온다"는 의미의 '와우미팅'이란 미국 GE식 워크아웃 시스템도 시행 중이다.

또 식품안전을 위해선 2012년까지 클레임 발생률 제로화를 목표로 '고객안심프로젝트'를 선언했다.

손 회장은 "현재 100만분의 2인 클레임 발생률은 내년엔 100만분의 1,2010년엔 100만분의 0.4로 낮춰 미국,일본 최상위 업체 수준으로 개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손 회장은 농심의 지배구조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신동원 부회장(신 회장의 장남)이 지금처럼 지주회사인 농심홀딩스 대주주와 농심 공동대표로 남아 회사의 커다란 경영사항을 결정하고 일반적인 경영은 계열사 전문경영인이 맡게 되는 형태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