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에게 듣는다] 양진영 외환은행 외환운용팀장…외환시장 투자자에 '시간이 毒'인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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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이 출렁이면 덩실덩실 춤추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외환딜러들이다.
환율이 오르든 내리든 딜러들에게는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여서다.
하지만 외환시장에는 '제로 섬' 법칙이 적용된다.
내가 따면 남은 반드시 잃게 된다는 얘기다.
어떤 때는 환율 상승에 베팅했다 수십억원의 환차익을 올리기도 하고 또 어느 날은 시장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천문학적인 돈을 날리기도 한다.
잠시 정신을 팔다가 큰 돈을 잃을 수 있어 자리를 쉽게 뜨지도 못한다.
점심을 김밥과 샌드위치로 때우는 게 다반사다.
이 때문에 외환 딜러가 된 지 한 달 만에 그만두고 나가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이런 외환시장에서 10년 가까이 살아 남은 양진영 외환은행 외환운용팀장은 "그래도 외환 딜러의 삶이 재미있다"고 말한다.
"외환은 주식처럼 호흡이 길지 않고 짧게 짧게 끊어 수시로 포지션을 바꿀 수 있어 꾹 참고 기다리지 못하는 제 체질에 맞습니다.
또 판단이 옳을 때는 왕창 딸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입니다."
양 팀장은 외환 시장의 이런 매력에 끌려 주식과 채권 딜러를 하다 1999년 외환 딜러로 말을 갈아탔다.
2004년 외환은행 딜러들을 관리하는 총 책임자가 됐다.
2006년부터는 국내 외환 딜러들의 모임인 '코리아 포렉스(FOREX) 클럽'의 회장을 맡고 있다.
외환 마니아에 가까운 양 팀장이지만 개인에게는 절대 '외환 투자'를 하지 말라고 권한다.
자신 같은 꾼들을 당해낼 수 없다는 게 그 이유다.
"개인이 환율을 예측해 미리 매수나 매도를 할지 포지션을 취하기 힘듭니다.
환율 움직임에 24시간 비상등을 켜놓고 있는 저 같은 사람들을 구조적으로 따라가기 어렵습니다."
양 팀장은 또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은 엄연히 다르다는 점을 다른 이유로 꼽았다.
주식시장은 참가자들이 많지만 외환시장은 극소수의 딜러들로 이뤄진 곳이다.
이 때문에 조그만 충격에도 환율은 주가보다 더 급등락한다는 게 양 팀장의 설명이다.
실제 서울의 원.달러 외환 시장에 참가하는 딜러는 150명도 되지 않는다.
이들이 사실상 원.달러 환율을 쥐락펴락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함께 양 팀장은 "환율에는 대세 상승이 없다"고 단언한다.
주식은 '시간이 약'이려니 하며 기다리면 언젠간 오를 가능성이 높지만 환율은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양 팀장은 "외환에 장기투자를 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경기가 좋아지거나 기업 가치가 올라가면 주가는 뛰지만 환율은 복잡한 변수가 너무 많아요.
시간이 지난다고 오르는 게 절대 아닙니다.
시장의 외화 공급과 수요에 따라 움직이고 정부의 정책 변화에 따라 왔다갔다하는 게 환율이지요."
그래도 양 팀장은 "개인이 취할 수 있는 명쾌한 답은 있다"고 강조한다.
바로 '분할 매수,분할 매도'다.
이 점에서는 주식 투자와 같다.
개인 입장에서 환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란다.
또 양 팀장은 환율의 경우 여러 복잡한 변수에 따라 춤을 추기 때문에 향후 변동폭을 예측하지 말라고 권한다.
차라리 환율 기대치만 정해 조금씩 사거나 파는 게 가장 좋은 투자 방법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달러가 필요한 기러기 아빠라면 본인이 정한 환율로 떨어질 때 달러를 사고 달러 보유자라면 어느 선까지 오르면 팔겠다고 마음먹고 조금씩 파는 방법이 최선이라는 설명이다.
"주식은 거래량이 갑자기 늘어나면 주가가 오르거나 떨어질 것이라는 신호를 주지만 환율은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환율 예측을 도와주는 신호인 전날 미국 증시도 환율의 방향성을 정확하게는 알려주지 않습니다.
미국 다우지수가 상승하면 국내 코스피 지수도 오를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외국인이 순매수를 할지 순매도를 할지 몰라 원.달러 환율은 가늠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불확실한 원.달러 환율에 대해 양 팀장이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대세하락은 끝났다"는 얘기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3년간 줄곧 하강곡선을 그려왔지만 이제는 다르다는 게 양 팀장의 견해다.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돼 달러 공급이 줄고 미국 서브프라임 부실 여파로 달러 수요가 늘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물론 당분간 얼마 전처럼 단기 급등을 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한다.
양 팀장은 단기적으로는 달러당 960~980원에서 박스권을 형성할 것으로 내다 봤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그 방향을 예측기 힘들다고 고백했다.
"딜러들은 하루살이 인생이기 때문에 절대 내일을 묻지 않습니다.
내일 환율이 어떻게될지 몰라 확실한 베팅을 하지 못하는데 장기 환율을 전망한다는 것은 무의미해 보입니다."
양 팀장은 그래서 딜러들은 겸손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부지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즘 유행하는 '얼리 버드(early bird)'만이 딜러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외환 시장이 열리는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집중력을 발휘해야 하기 때문에 주중에는 저녁 술자리도 가급적 갖지 않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포커에서 고수는 이길 때 왕창 따고 질 때는 조금만 잃습니다.
잘하는 딜러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내부 규정을 준수하고 반드시 손절매를 해야 합니다."
글=정인설/사진=허문찬 기자 surisuri@hankyung.com
바로 외환딜러들이다.
환율이 오르든 내리든 딜러들에게는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여서다.
하지만 외환시장에는 '제로 섬' 법칙이 적용된다.
내가 따면 남은 반드시 잃게 된다는 얘기다.
어떤 때는 환율 상승에 베팅했다 수십억원의 환차익을 올리기도 하고 또 어느 날은 시장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천문학적인 돈을 날리기도 한다.
잠시 정신을 팔다가 큰 돈을 잃을 수 있어 자리를 쉽게 뜨지도 못한다.
점심을 김밥과 샌드위치로 때우는 게 다반사다.
이 때문에 외환 딜러가 된 지 한 달 만에 그만두고 나가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이런 외환시장에서 10년 가까이 살아 남은 양진영 외환은행 외환운용팀장은 "그래도 외환 딜러의 삶이 재미있다"고 말한다.
"외환은 주식처럼 호흡이 길지 않고 짧게 짧게 끊어 수시로 포지션을 바꿀 수 있어 꾹 참고 기다리지 못하는 제 체질에 맞습니다.
또 판단이 옳을 때는 왕창 딸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입니다."
양 팀장은 외환 시장의 이런 매력에 끌려 주식과 채권 딜러를 하다 1999년 외환 딜러로 말을 갈아탔다.
2004년 외환은행 딜러들을 관리하는 총 책임자가 됐다.
2006년부터는 국내 외환 딜러들의 모임인 '코리아 포렉스(FOREX) 클럽'의 회장을 맡고 있다.
외환 마니아에 가까운 양 팀장이지만 개인에게는 절대 '외환 투자'를 하지 말라고 권한다.
자신 같은 꾼들을 당해낼 수 없다는 게 그 이유다.
"개인이 환율을 예측해 미리 매수나 매도를 할지 포지션을 취하기 힘듭니다.
환율 움직임에 24시간 비상등을 켜놓고 있는 저 같은 사람들을 구조적으로 따라가기 어렵습니다."
양 팀장은 또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은 엄연히 다르다는 점을 다른 이유로 꼽았다.
주식시장은 참가자들이 많지만 외환시장은 극소수의 딜러들로 이뤄진 곳이다.
이 때문에 조그만 충격에도 환율은 주가보다 더 급등락한다는 게 양 팀장의 설명이다.
실제 서울의 원.달러 외환 시장에 참가하는 딜러는 150명도 되지 않는다.
이들이 사실상 원.달러 환율을 쥐락펴락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함께 양 팀장은 "환율에는 대세 상승이 없다"고 단언한다.
주식은 '시간이 약'이려니 하며 기다리면 언젠간 오를 가능성이 높지만 환율은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양 팀장은 "외환에 장기투자를 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경기가 좋아지거나 기업 가치가 올라가면 주가는 뛰지만 환율은 복잡한 변수가 너무 많아요.
시간이 지난다고 오르는 게 절대 아닙니다.
시장의 외화 공급과 수요에 따라 움직이고 정부의 정책 변화에 따라 왔다갔다하는 게 환율이지요."
그래도 양 팀장은 "개인이 취할 수 있는 명쾌한 답은 있다"고 강조한다.
바로 '분할 매수,분할 매도'다.
이 점에서는 주식 투자와 같다.
개인 입장에서 환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란다.
또 양 팀장은 환율의 경우 여러 복잡한 변수에 따라 춤을 추기 때문에 향후 변동폭을 예측하지 말라고 권한다.
차라리 환율 기대치만 정해 조금씩 사거나 파는 게 가장 좋은 투자 방법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달러가 필요한 기러기 아빠라면 본인이 정한 환율로 떨어질 때 달러를 사고 달러 보유자라면 어느 선까지 오르면 팔겠다고 마음먹고 조금씩 파는 방법이 최선이라는 설명이다.
"주식은 거래량이 갑자기 늘어나면 주가가 오르거나 떨어질 것이라는 신호를 주지만 환율은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환율 예측을 도와주는 신호인 전날 미국 증시도 환율의 방향성을 정확하게는 알려주지 않습니다.
미국 다우지수가 상승하면 국내 코스피 지수도 오를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외국인이 순매수를 할지 순매도를 할지 몰라 원.달러 환율은 가늠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불확실한 원.달러 환율에 대해 양 팀장이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대세하락은 끝났다"는 얘기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3년간 줄곧 하강곡선을 그려왔지만 이제는 다르다는 게 양 팀장의 견해다.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돼 달러 공급이 줄고 미국 서브프라임 부실 여파로 달러 수요가 늘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물론 당분간 얼마 전처럼 단기 급등을 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한다.
양 팀장은 단기적으로는 달러당 960~980원에서 박스권을 형성할 것으로 내다 봤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그 방향을 예측기 힘들다고 고백했다.
"딜러들은 하루살이 인생이기 때문에 절대 내일을 묻지 않습니다.
내일 환율이 어떻게될지 몰라 확실한 베팅을 하지 못하는데 장기 환율을 전망한다는 것은 무의미해 보입니다."
양 팀장은 그래서 딜러들은 겸손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부지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즘 유행하는 '얼리 버드(early bird)'만이 딜러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외환 시장이 열리는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집중력을 발휘해야 하기 때문에 주중에는 저녁 술자리도 가급적 갖지 않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포커에서 고수는 이길 때 왕창 따고 질 때는 조금만 잃습니다.
잘하는 딜러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내부 규정을 준수하고 반드시 손절매를 해야 합니다."
글=정인설/사진=허문찬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