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혁 < CFP인증자 · 부자마인드연구소장 >

사람의 사명 혹은 태어난 이유는 그가 한 일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일은 바로 나를 세상에 알리는 매개체이며 내가 존재하는 이유다. 세종대왕 이순신 에디슨 같은 위인들은 그들이 한 일이 너무나 뛰어났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사명을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신약성서는 "일하지 않는 자는 먹을 자격도 없다"고 했으며,독일의 언어학자 흄볼트는 "일하는 것은 인간에게 있어 먹고 자는 것보다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프랑스 작가인 보들레르는 "일은 좋은 습관과 검소함을 낳고 그 결과 건강과 부를 준다"고 했다.

일은 사람에게서 의식주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죽을 때까지 껴안고 가야 하는 것이다. 자신이 존재하는 이유이자 사명을 실현할 수 있는 일에 열정을 쏟으면 돈은 자동적으로 따라온다. 일을 하지 않기 위해 부자가 되고자 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최근 부자 열풍이 불면서 노후에 일하지 않고 놀고 먹는 것을 삶의 목표로 삼는 세태가 사회 전반에 번지고 있다. '40대에 은퇴하기''부자로 은퇴하기'와 같은 구호는 일의 가치를 잘못 이해한 데서 나온 것이다.

은퇴라는 말은 국어사전에서 '직무상 맡은 임무에서 물러나거나 사회활동에서 손을 떼고 한가롭게 지내는 것',재무설계에서는 '근로소득이 끊어지는 시기'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 밖에 퇴직을 하거나 생산활동을 중지하고 지속적으로 소비하는 시기도 은퇴라고 부른다. 어떤 형태건 은퇴는 일을 그만두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은퇴에 관한 이러한 정의는 인간의 평균수명이 짧아 퇴직 후 죽을 때까지의 기간이 10여년에 불과했던 시대에 만들어진 개념이다. 따라서 평균수명 100세 시대를 바라보는 요즘엔 새로운 은퇴 개념이 필요해진다. 현역에서 물러난 뒤 30~40년의 은퇴생활을 해야 하는 현실에서 일 없이 노후를 보낸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

앞서 지적했듯이 일은 자신의 존재 이유이다. 또한 물질적 만족 이외에 정신적인 자아만족,자아실현,보람 등을 위해 일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장수시대에 걸맞은 은퇴 개념이란 "가족의 생계를 위한 노동에서 벗어나 자아만족을 추구하거나,현재 하고 있는 일에서 자아만족을 얻을 수 없을 경우 언제든지 원하는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삶"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월 300만원을 받고 광고 영업을 하고 있던 홍성우(45). 자신의 일이 적성에 맞지 않아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는데 언젠가는 꼭 하고 싶었고 본인의 성격에도 맞는 출판기획 관련 직장으로 최근에 전직했다. 월 소득이 100만원 정도밖에 되지 않아 고민했지만 기존 재산으로부터 나오는 200만원의 소득이 있어서 결단을 내렸다. 그리고 현재 매우 만족하고 있다.

그렇다면 홍씨는 장수시대에 걸맞은 은퇴생활을 하고 있는 것일까? 아직은 아니다. 지금은 일에 만족하고 있지만 가족부양 의무가 끝나지 않았다. 소득이 적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생활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소득 때문에 하는 일을 바꿀 가능성 또한 높다.

자아실현을 이루는 일을 하고 있을지라도 가족에 대한 경제적 의무가 끝나지 않았다면 진정한 은퇴생활이라고 할 수 없다. 이와 반대로 현역에서 퇴직했지만 가족에 대한 의무가 남아있거나,충분한 은퇴자금을 모았지만 자아실현을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경우도 장수시대에 맞는 은퇴생활이라고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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