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세상으로의 여행!'

퓨전 한국화가 임태규씨(33)의 눈에 비친 세상은 이상과 현실의 경계점에 서 있다.

소외된 청년의 얄궂은 표정,광대 복장을 한 맑고 청순한 소녀의 눈빛,짙은 어둠 속에서 애무하는 동성애자,뿔난 강아지와 함께 떠나는 우주여행,로켓을 부여잡고 날아다니는 사람들….

속도감 있는 필선과 다채로운 색감으로 현실과 상상이 뒤섞인 세계를 보여주는 그는 삶의 주변으로 밀려난 사람들의 정체성을 화면에 되살려낸다.

서울 신사동 갤러리LVS(옛 갤러리LM)에서 오는 9일부터 30일까지 여는 개인전 제목도 그래서 '이상한 여행'이다.

그는 이번 전시회에 근작 24점을 선보인다.

임씨 작품의 특징은 전통 한국화 기법에 미국의 팝아트적인 요소를 접목시킨 것.특히 '날아서 집으로' 시리즈는 어디인지 모르는 곳을 향해 추락하거나 비상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동화적으로 묘사한 작품이다.

먹을 묻힌 화선지 위에 또 다른 화선지를 덮고 연필로 가느다란 선을 그어가며 만화 캐릭터같은 인물을 통해 인간 내면의 소외감과 상실감,외로움과 꿈을 오방색으로 풀어냈다.

한국화이면서 지필묵을 사용하지 않은 독특한 작업 방식이나 동화·만화 영화에 나올 법한 동물과 인물들을 등장시킨 요소 등이 보는 재미를 더한다.

최은주 덕수궁 미술관장은 "임씨의 작업은 스웨덴 소설가 셀마 라게를뢰프(1858~1940년)의 노벨문학상 수상작품 '닐스의 모험'을 화폭에 옮겨 놓은 듯하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동양화과를 졸업한 임씨는 지난해 석남미술상과 2006년 송은미술대상전 미술상을 받았으며 금호미술관의 영아티스트로 선정되기도 했다.

임씨는 오는 12~27일 중국 베이징 아트시즌스갤러리에서 열리는 한국작가 그룹전에도 참가한다.(02)3443-7475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