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이 황산에 녹아가는 한 남자의 모습이 인터넷에서 생중계되고 있다.

이 UCC 사이트의 이름은 '킬 위드 미(Kill with me)'.이 사이트에 접속하는 사람이 늘수록 황산의 양은 더 증가한다.

사이트에 접속하지 말라는 수사 당국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호기심을 참지 못하는 네티즌들의 수는 급속도로 늘어간다.

서스펜스 스릴러 '킬 위드 미'는 익명의 세상인 인터넷이야말로 인간의 이기적이고 잔혹한 본성이 잘 드러나는 곳이라는 것을 꼬집는다.

이곳에서는 살인도 단지 좋은 구경거리일 뿐이다.

이야기는 FBI 사이버 수사대의 엘리트 요원인 제니퍼 마시(다이언 레인)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마시는 고양이를 죽이는 모습을 생중계한 '킬 위드 미' 사이트의 배후를 좀처럼 찾아내지 못한다.

결국 살인 장면까지 등장하자 미국 전체가 떠들썩해진다.

범인은 수사망이 좁혀오는 것을 느끼자 마시까지 살인 타깃으로 삼는다.

살인 장면은 잔혹하기 그지 없다.

약물을 투여해 혈액을 응고시킨다든지,강한 전등빛으로 사람을 태워죽이는 장면에서는 소름이 돋는다.

이처럼 잔인한 장면들과 도덕 불감증에 빠진 네티즌들의 어이없는 댓글이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마시가 극적으로 범인을 저격했을 때 쏟아지는 댓글도 '저 동영상 어떻게 다운로드하지?' '여자 영웅이 탄생했군!' 식이다.

왕년의 청춘 스타 다이언 레인(43)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가 극적 긴장감을 더한다.

톰 행크스의 아들 콜린 행크스가 마시를 돕는 FBI 요원으로 나온다.

조연급이지만 그의 연기도 볼 만하다.

다만 인터넷 범죄의 경각심을 지나치게 강조하느라 반전이나 추리 등 스릴러의 기본에 소홀한 것은 흠이다.

청소년 관람불가.

17일 개봉.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