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은 최근 정유업계 라이벌 현대오일뱅크의 강원도 동해 저유소(저장탱크)를 공동 사용키로 계약했다.

'위험시설'로 분류되는 저유소 신설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적지 않은데다 땅값마저 뜀박질,저유소 확보가 여의치 않자 현대오일뱅크에 'SOS'를 친 것.현재 독립 폴(주유소가 특정 정유사 제품만 파는 것) 주유소가 대부분이고 복수 폴을 쓰는 일부 주유소조차 정유사별 저장탱크를 따로 설치하는 현실에서 두 회사가 저유소를 공유하기로 한 것은 파격적인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국제 원자재값 급등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유화업계에 '상생(相生)협력'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동종업체는 물론 이종업체 간에도 '고유가 파고'를 넘기 위한 다양한 비즈니스 협력모델이 등장하고 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현대오일뱅크와 저유소 공동사용에 합의한 데 대해 "기존에 임차해 사용하던 저유소설비가 낡았지만,지방자치단체와 주민 등의 반대로 마땅한 부지 확보가 어렵고 투자비 부담도 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양사는 저유소 공동사용으로 투자비 절감,동해지역 주유소들의 운영비 감소 등 적잖은 '윈-윈(win-win)'효과를 누릴 것으로 보고 있다.

충남 대산단지 내에 위치한 삼성토탈과 현대오일뱅크의 협력모델은 이종업체간의 대표적인 제휴 사례로 꼽힌다.
'高유가 파고 함께 넘자' … 손맞잡은 油化 라이벌
삼성토탈은 최근 주요 공장에서 생산되는 수소(H₂) 를 현대오일뱅크에 장기 공급키로 합의했다.

수소의 생산원가 및 활용도 차이 등이 양사의 합의를 이끌어냈다는 분석이다.

수소는 삼성토탈엔 메탄가스 프로판가스처럼 공장 가동을 위한 값싼 에너지원중 하나지만,현대오일뱅크엔 원유 정제를 위한 탈황시설을 가동하는 데 필요한 핵심원료이다.

또 제조공정 차이로 삼성토탈은 t당 220만~250만원에 수소를 생산하는데 반해 현대오일뱅크의 생산단가는 t당 340만~35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토탈이 값싼 원료로 대체하고,수소를 현대오일뱅크에 공급하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거래가 되는 셈이다.

삼성토탈 관계자는 "수소 거래를 통해 양사는 각각 200억원 이상의 수익성 제고 효과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양사의 협력은 업계 벤치마킹 모델로 각광받고 있으며,현재 2만6000t에 달하는 양사 거래량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현대오일뱅크는 2개 수소공장중 한 곳의 가동 중단을 검토중이다.

SK에너지는 원가절감 등 차원에서 애경유화 등 울산단지내 화학업체들로부터 폐열을 수거,활용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이 회사는 인근 화학업체들로부터 폐열을 수거하면 자체 스팀생산비용의 10% 이상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LG화학,삼성토탈,롯데대산유화 등 화학 3사도 오는 8월께 삼성토탈의 대산 프로필렌 생산 전용공장(OCU)이 완공되는대로 원료 공동구매와 기초유분,부텐,프로필렌 등 원료를 상호 교환키로 합의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