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과거에 발목잡힌 미래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삼성특검은 지난 주말 이건희 삼성 회장 소환 수사를 하이라이트로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
정관(政官) 로비 등 이른바 '3대 의혹'이 어떻게 규명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게 있다.
특검 수사결과에 관계없이 삼성은 이미 만신창이가 됐다는 사실이다.
법치주의가 뿌리 내린 나라들에서는 어떤 의혹도 혐의가 확인될 때까지는 무죄로 여기는 무죄추정원칙이 확고하지만,한국은 불행하게도 그 반대이기 때문이다.
'떼법'과 '정서법'의 위력 탓일까,전 국민적 관심이 쏠리는 사안은 법정에서 무죄가 확정되기까지는 죄인 취급을 면키 어려운 게 한국의 현실이다.
작년 10월29일 변호사 김용철씨의 '폭로' 이후 곧바로 여론재판의 피고석에 앉은 삼성은 5개월 이상 온갖 비리혐의의 올가미에 옥죄어져 왔다.
그로 인한 수난은 이미 삼성에 회복이 쉽지 않은 내상(內傷)을 입혔다.
수사기간 동안 본사와 그룹 총수의 자택 등이 압수수색을 당하고 총수와 부인,아들이 연일 공개 소환수사를 받으며 '피의자'의 낙인을 몇 겹으로 받은 상황에서 정상적인 기업 활동은 불가능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 GDP의 18%,수출의 21%를 차지하는 삼성이 투자,마케팅,인사 등 기업 생장(生長)을 위해 필수적인 대부분의 활동을 극도로 자제해오면서 우리 경제 전반에 적지 않은 타격이 증폭되고 있다.
이런 시련이 미래를 위한 거름으로 승화되기 위해선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클린 삼성'을 주창하며 협력업체와의 납품거래를 비롯한 일체의 임직원 비리를 엄격하게 다스려 온 회사가 어쩌다가 지금의 굴레를 뒤집어쓰게 됐느냐는 점이다.
이 문제에 대해선 긴 설명이 필요 없다.
산업자원부에서 차관까지 지낸 김종갑 하이닉스 사장의 뒤늦은 고백을 옮기는 것으로 충분하다.
"정부에 있는 동안 갑(甲)의 위치에서 행동했다.
경제ㆍ산업현장을 잘 이해하지 못하면서 법을 만들었고,잘하는 기업은 정부에 부탁할 일이 별로 없는데도 오라가라 했다.
괘씸죄에 걸릴까봐 눈도장 찍으려고 나왔던 기업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
더 이상 무슨 얘기가 필요할까.
김씨는 공무원 시절 그나마 합리적인 인물로 비쳐졌던 사람이다.
더구나 그가 몸담았던 부처는 1980년대 공업발전법이 폐지된 이후 기업에 대해 직접적인 통제수단을 상실한,전형적인 조장(助長) 행정부처로 통해왔다.
이런 부처의 그런 인물이 '알지도 못하면서 거드름피우고 기업을 괴롭혔다'고 자백할 정도면 한국에서 기업하기가 얼마나 고통인지를 달리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특검이 파헤치고 있는 문제가 '삼성만의 것'이 아님은 10대그룹 총수 중에서 실정법 위반 혐의로 수모를 당하지 않은 사람이 많지 않다는 데서도 확연해진다.
한 동네의 여러 사람이 번갈아가며 돌림병을 앓는다면,역학적인 진단과 처방을 통해 병의 근원을 해소하는 게 제대로 된 치유법이다.
1995년 전두환ㆍ노태우 비자금 사건 당시 이건희 회장은 수사 검사 앞에 앉아 "내가 왜 이 자리에 있어야 합니까"라고 참담한 심경을 털어놓았었다.
기업인이 경영에만 전념하지 못하도록 이리저리 흔들어대는 환경을 뜯어고치지 않고서 "너 잘 걸렸다"는 식의 씻김굿만을 언제까지 되풀이할 건가.
월 스트리트 저널이 "끓어오르고 있다"고 표현한 '삼성 드라마'에서 우리 사회가 새겨야 할 화두는 이것이다.
이학영 편집국 부국장 haky@hankyung.com
정관(政官) 로비 등 이른바 '3대 의혹'이 어떻게 규명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게 있다.
특검 수사결과에 관계없이 삼성은 이미 만신창이가 됐다는 사실이다.
법치주의가 뿌리 내린 나라들에서는 어떤 의혹도 혐의가 확인될 때까지는 무죄로 여기는 무죄추정원칙이 확고하지만,한국은 불행하게도 그 반대이기 때문이다.
'떼법'과 '정서법'의 위력 탓일까,전 국민적 관심이 쏠리는 사안은 법정에서 무죄가 확정되기까지는 죄인 취급을 면키 어려운 게 한국의 현실이다.
작년 10월29일 변호사 김용철씨의 '폭로' 이후 곧바로 여론재판의 피고석에 앉은 삼성은 5개월 이상 온갖 비리혐의의 올가미에 옥죄어져 왔다.
그로 인한 수난은 이미 삼성에 회복이 쉽지 않은 내상(內傷)을 입혔다.
수사기간 동안 본사와 그룹 총수의 자택 등이 압수수색을 당하고 총수와 부인,아들이 연일 공개 소환수사를 받으며 '피의자'의 낙인을 몇 겹으로 받은 상황에서 정상적인 기업 활동은 불가능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 GDP의 18%,수출의 21%를 차지하는 삼성이 투자,마케팅,인사 등 기업 생장(生長)을 위해 필수적인 대부분의 활동을 극도로 자제해오면서 우리 경제 전반에 적지 않은 타격이 증폭되고 있다.
이런 시련이 미래를 위한 거름으로 승화되기 위해선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클린 삼성'을 주창하며 협력업체와의 납품거래를 비롯한 일체의 임직원 비리를 엄격하게 다스려 온 회사가 어쩌다가 지금의 굴레를 뒤집어쓰게 됐느냐는 점이다.
이 문제에 대해선 긴 설명이 필요 없다.
산업자원부에서 차관까지 지낸 김종갑 하이닉스 사장의 뒤늦은 고백을 옮기는 것으로 충분하다.
"정부에 있는 동안 갑(甲)의 위치에서 행동했다.
경제ㆍ산업현장을 잘 이해하지 못하면서 법을 만들었고,잘하는 기업은 정부에 부탁할 일이 별로 없는데도 오라가라 했다.
괘씸죄에 걸릴까봐 눈도장 찍으려고 나왔던 기업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
더 이상 무슨 얘기가 필요할까.
김씨는 공무원 시절 그나마 합리적인 인물로 비쳐졌던 사람이다.
더구나 그가 몸담았던 부처는 1980년대 공업발전법이 폐지된 이후 기업에 대해 직접적인 통제수단을 상실한,전형적인 조장(助長) 행정부처로 통해왔다.
이런 부처의 그런 인물이 '알지도 못하면서 거드름피우고 기업을 괴롭혔다'고 자백할 정도면 한국에서 기업하기가 얼마나 고통인지를 달리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특검이 파헤치고 있는 문제가 '삼성만의 것'이 아님은 10대그룹 총수 중에서 실정법 위반 혐의로 수모를 당하지 않은 사람이 많지 않다는 데서도 확연해진다.
한 동네의 여러 사람이 번갈아가며 돌림병을 앓는다면,역학적인 진단과 처방을 통해 병의 근원을 해소하는 게 제대로 된 치유법이다.
1995년 전두환ㆍ노태우 비자금 사건 당시 이건희 회장은 수사 검사 앞에 앉아 "내가 왜 이 자리에 있어야 합니까"라고 참담한 심경을 털어놓았었다.
기업인이 경영에만 전념하지 못하도록 이리저리 흔들어대는 환경을 뜯어고치지 않고서 "너 잘 걸렸다"는 식의 씻김굿만을 언제까지 되풀이할 건가.
월 스트리트 저널이 "끓어오르고 있다"고 표현한 '삼성 드라마'에서 우리 사회가 새겨야 할 화두는 이것이다.
이학영 편집국 부국장 ha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