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통치자 겸 아랍에미리트(UAE) 총리 셰이크 모하메드가 최근 나흘간 중국을 방문했다.

지난 3일 귀국 때까지 그가 중국에서 만난 인물은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원자바오 총리,후 주석 후계자로 꼽히는 시진핑 국가부주석 등이다.

모하메드와 후진타오의 만남은 천문학적인 오일 달러를 무기로 국가 개조를 추진하고 있는 중동의 지도자와 21세기 세계 경제 리더 간 회합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모하메드는 수행한 50여명의 UAE 기업인들과 함께 적극적인 경제외교 행보를 보였다.

UAE와 중국 간 교역액은 2003년 50억달러에 그쳤으나 지난해 4배 수준인 200억달러를 기록할 만큼 급증 추세다.

UAE는 이미 걸프연안국 중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중국의 두 번째 교역 상대국으로 부상했다.

UAE는 오는 6월9일부터 11일까지 두바이에서 두 번째 차이나 소싱 박람회도 개최한다.

특히 중동산 원유와 중국산 저가 제품의 교역에 초점이 맞춰졌던 양국 경제교류 범위도 부동산 금융 통신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모하메드 방중 기간 중 두바이 부동산개발 업체인 에마르부동산은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회사인 상하이중국신문기업개발과 중국 주요 도시 부동산 및 인프라 개발에 협력하는 내용의 계약서를 체결했다.

에마르부동산의 모하메드 알리 알라바 회장은 "중국의 교육 위생 쇼핑몰 레저 시장 진출도 모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천밍런 상하이중국신문기업개발 총경리(CEO)는 "중국 정부가 외국 자본의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고 있지만 에마르부동산은 믿을 만한 곳"이라고 치켜세웠다.

모하메드를 수행한 두바이 국영회사 두바이월드의 술탄 아메드 빈 술라엠 회장도 "중국의 부동산과 금융 시장 진출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두바이월드는 회장 방중에 맞춰 자사를 소개하는 중국어 사이트를 개설하기도 했다.

UAE에 거주하는 중국인은 이미 20만명을 넘어섰다.

UAE의 통신 업체인 에티사라트는 이번 방중 기간에 중국 최대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와 공동 연구소를 세우기로 협약을 맺었다.

중국 정부는 UAE 기업들에 중국 비즈니스 환경을 소개하는 세미나를 열기도 했다.

양국 간의 이 같은 협력 강화는 "경쟁자라기보다는 서로 보완할 수 있는 협력자"(셰이카 루브나 알 카시미 UAE 외교부 장관)라는 인식에 근거한다.

중국으로선 UAE가 갖고 있는 석유자원과 막대한 자본이,UAE로선 중국의 광대한 시장이 서로의 구미를 끌고 있는 것이다.

모하메드는 원 총리와의 회담에서 경제ㆍ무역은 물론 교육과 문화 등의 분야에서 협력 강화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원 총리도 "UAE 기업들이 중국에 오는 것을 환영하고 능력 있는 중국 기업이 UAE에 투자하도록 독려하겠다"며 "에너지와 인프라에 강점을 갖고 있는 양국이 합작으로 제3국에 투자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오일 달러와 차이나 달러가 손잡고 세계 시장을 공략할 수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