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사병,나폴레옹 침공,두 차례의 세계대전,글로벌 시대의 도래까지 600년 넘게 와인을 만드는 가업을 이어오고 있는 이탈리아 와인 명가의 비결은 무엇일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26대에 걸쳐 가족경영을 통해 와인을 만드는 안티노리 가문을 소개했다.

안티노리는 몇 년 전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계열사 임직원들에게 추석선물로 돌려 '이건희 와인'으로 유명해진 '티냐넬로' 등을 생산하는 이탈리아 와인의 대표적 명가로 꼽힌다.

월지에 따르면 안티노리 와인은 1385년 실크와 모직사업을 하던 지오반니 디 피에트로 안티노리가 피렌체 지방의 와인업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시작됐다.

현재는 26대째인 마르퀴스 피에로 안티노리(69)가 회사를 이끌고 있으며,세 딸이 회사 임원으로 함께 일하고 있다.

6세기에 걸친 안티노리가의 와인사업은 8세기부터 여관업을 가업으로 해온 일본의 호시 가문과 13세기부터 유리 세공을 해온 베니스의 바로비에르 앤드 토소 가문 등을 제외하면 더 오랜 역사를 가진 곳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안티노리가는 가문과 회사를 거의 구분하지 않는 경영방식으로 성장해왔다.

2명의 외부인을 포함한 6명의 이사진이 있지만 이사회는 형식적인 것일 뿐 실질적인 이사회는 매주 일요일 점심 가족들이 둘러앉아 얘기할 때 이뤄진다.

또 분기 실적 등 단기적인 경영에 관심을 기울이기보다는 장기적인 기반을 마련하는 데 주력한다.

품질 저하나 부채 증가를 가져올 수 있는 급속한 사업 확장도 지양하고 있다.

2002년 포도작황이 나빴을 때는 최상급 와인 중 상당수를 만들지 않았다.

단기적으론 재정 압박을 받더라도 품질에 대한 명성을 훼손시킬 순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안티노리가는 또 자신들의 수익을 모두 회사에 재투자하고 있다.

이들 가족은 40년 이상 회사로부터 배당금을 받지 않은 채 월급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동안 여러 차례 투자은행들이 기업공개를 제안했지만 회사의 장기적 가치를 유지해 나가기 힘들 것이란 이유로 모두 거절했다.

1980년대 중반 일부 지분을 영국계 회사에 판 적이 있지만 결국 다시 사들였다.

안티노리의 사업은 지난 10년간 연평균 7% 성장을 이뤄왔다.

지난해 매출은 2억1400만달러에 순이익은 2800만달러가량이었다.

그러나 안티노리가도 이제 새로운 도전을 맞고 있다.

호주 뉴질랜드 칠레산 와인의 점유율이 높아지는 등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