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자금이 다시 증시로 돌아오고 있다.

미국에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에 따른 여진이 계속되고 있지만,실물경기에 선행하는 국내외 증시엔 훈풍이 불고 있다.고객예탁금은 지난 1월 이후 3개월 만에 다시 10조원을 넘어섰고 주식형펀드자금도 최근 나흘간 1조원 이상 유입돼 135조원을 돌파했다.

이 같은 유동성 증가로 수급에도 청신호가 켜져 주가는 1800선 초ㆍ중반까지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이달 중순 나올 유럽계 투자은행(IB)의 실적발표와 악화된 미 경기지표들의 동향이 향후 주가의 큰 흐름을 결정짓는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배당금 증시 이동 본격화

6일 코스콤(옛 증권전산)에 따르면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에 일시적으로 맡겨 놓은 고객예탁금은 지난 3일 현재 10조221억원에 달했다.

지난달 31일 이후 나흘 연속 증가한 것으로,지난 1월22일(10조696억원) 이후 최고치다.

코스피지수가 연중 최저치로 떨어진 직후였던 지난달 20일 8조9632억원까지 줄었던 것에 비하면 1조원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이 같은 고객예탁금 증가는 투자심리가 회복된 데다 사상 최대 규모의 배당금이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12월결산 상장사는 지난주 3조원에 이어 이번 주에도 2조원을 지급하는 등 올 5월까지 총 15조원 상당의 배당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기관투자가들이 주식을 살 수 있는 '실탄'도 급증하고 있다.

주식형펀드는 지난 3일 135조7721억원으로 지난달 17일 이후 2조5260억원이나 증가했다.

하루 평균 1943억원이 순증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최근 나흘간은 하루 순증액이 평균 2500억원으로 유입규모가 확대되는 추세다.

반면 주식시장을 떠났던 초단기 자금인 머니마켓펀드(MMF)는 큰 폭으로 줄었다.

지난달 27일 65조1578억원까지 증가했던 이 자금은 지난 1일에는 58조1914억원으로 6조원 이상 급감했으며 이후 다시 소폭 늘었지만,지난 3일 현재 61조4196억원에 머물고 있다.

◆이머징마켓 펀드도 2주 연속 증가

시중자금이 증시로 유턴하는 것은 해외 금융업체들이 운용하는 해외펀드들도 마찬가지다.

미국 뮤추얼펀드 동향 정보를 제공하는 AMG데이터에 따르면 한국 증시 투자비중이 높은 이머징마켓펀드와 아시아퍼시픽(일본 제외)펀드는 지난주(3월27일~4월2일) 각각 8억5800만달러, 6억9600만달러가 순유입돼 2주 연속 증가했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살 수 있는 자금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지난달 19일부터 13거래일 가운데 10거래일 동안 모두 1조5883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신용경색에다 국제 원자재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감이 줄어들면서 위험자산인 주식에 대한 선호도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동성 장세 기대감 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의 올 예상실적이 4개월 만에 상향 조정된 데다 수급 여건이 개선되는 데 주목하고 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최근 주가 상승은 유동성 확대에 따른 '금융장세'의 성격이 강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학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경기부양을 위한 미국의 저금리 기조는 이어질 것"이라며 "저금리 상황에서의 풍부한 유동성은 세계증시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코스피지수도 유동성에 힘입어 1715~1840선에서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아직은 미 경기 침체가 여전한 상황이어서 1850선을 넘는 본격적인 주가 상승세를 이어가기는 힘들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