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 경기가 올해 1분기에 정점을 찍었고 내수를 중심으로 완만하게 둔화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진단이 국책연구기관에서 나왔다.

누적된 고용 부진으로 소비심리가 현저하게 위축된 가운데 소비자물가마저 급등하고 있어 내수 부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6일 발간한 '4월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내수를 중심으로 경기가 완만하게 둔화하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높은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2월 중 산업생산과 서비스업활동지수는 각각 10.1%와 5.9% 증가해 전월(11.3%, 7.6%)에 비해 증가세가 소폭 하락했다"고 평가했다.

◆경기 정점 지났다

경기가 '둔화됐다'는 평가가 국책연구기관을 통해 공식화됨에 따라 총선 이후 정부의 내수 경기 진작 조치들이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는 이미 지난 2일 있었던 경제.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환율 불안이나 물가 상승이 아니라 고용 불안 문제를 집중 점검했으며 경제 운용의 무게중심을 '물가 안정'보다 '경기 활성화' 쪽으로 틀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3월 중 수출은 여전히 좋았다.

전년 동월 대비 19.1% 늘어나는 등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원유 도입단가는 올랐지만 국내 석유제품 소비가 줄면서 도입 물량이 큰 폭으로 감소해 무역수지 적자는 전월보다 축소된 6억7000만달러로 집계됐다.

문제는 내수가 나쁘다는 것이다.

2월 중 소비재판매액지수는 3.0% 증가하는 데 그쳐 완만한 둔화세가 이어지고 있다.

설비투자 추계는 1.9% 감소하는 등 투자도 부진하다.

KDI는 소비자 평가지수가 4개월째 하락하고 있으며,작년 11월 이후 일시적으로 상승했던 소비자기대지수도 경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소폭 하락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소비 부진이 이어짐에 따라 출하가 줄면서 2월 중 재고 증가율은 전월(5.0%)보다 높은 8.5%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재고 부담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향후 지속적인 생산 증가세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KDI는 우려했다.

◆고용 불안 심화

KDI가 내수를 중심으로 경기가 둔화될 것으로 보는 데는 고용 사정이 크게 악화된 영향이 컸다.

KDI는 2월 중 취업자 증가폭이 2005년 12월 이후 최저 수준인 21만명에 그치는 등 고용 부진이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참여정부 시절부터 누적된 고용 불안이 소비 부진을 낳고 이것이 또 고용 불안을 가중시키는 악순환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12월 이후 4개월 연속 중기 물가안정목표(2.5~3.5%)를 크게 웃돌았다는 점도 내수 경기에 커다란 악재다.

KDI는 세계 경제와 관련해 "높은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의 경기 침체가 가시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유럽 및 중국 경제는 상대적으로 안정된 모습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의 여파로 금융지표들의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달러 약세에도 불구하고 원화 가치는 하락,원화의 실질실효환율은 전년 동월 대비 10% 가까이 상승한 것으로 추정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