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4일 대학총장과 가진 오찬 간담회 때 "(대통령 참석)행사를 보면 각본이 잘 짜여져 있어 매끄럽지만 효과가 없다"며 "청와대에서 부탁받은 분들은 양보하고 부탁받지 않은 분들이 얘기를 해달라"고 말했다.

'모범 질문'에 '모범 답안'을 피하고 자유롭게,스스럼없이 토론해보자는 취지였다고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7일 설명했다.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 '즉흥'과 '깜짝'스타일을 즐기는 이 대통령의 취향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이 대통령은 부처 업무보고 모두 발언 때 '말씀 자료'를 준비한 적이 없다.

부처 특성에 맞춰 평소에 하고 싶었던 얘기를 마음껏 풀어 놓았다.

각종 간담회 등에서도 준비된 자료를 치우고 즉흥적으로 얘기한다.

연설문대로 말한 경우는 3ㆍ1절 기념행사와 육군사관학교ㆍ학군장교(ROTC) 임관식과 같은 공식 성격이 강한 행사 때뿐이었다.

예고 없이 불쑥 현장을 찾는 경우도 많다.

때문에 방문에 따른 후유증 등을 사전에 제대로 검토하지 못하면서 참모들의 애를 태우곤 한다.

'은평 뉴타운 논란'과 같이 여러 '뒷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지난달 20일에도 충남 예산에 위치한 수덕사를 '깜짝' 방문,'관권 선거'시비를 낳은 적이 있다.

이 대통령은 당시 대전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교육과학기술부 업무보고에 참석한 뒤 전용헬기를 이용,귀경 도중 수덕사로 향했다.

일정에 없던 것으로 이 대통령의 직접 지시에 따라 헬기의 항로를 급히 변경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곳에 이회창 총재를 출마시킨 자유선진당은 "관권선거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이어진 것"이라고 반발했지만,청와대 측은 "(지난달 18일)입적한 원담 스님의 조문을 위한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지난달 31일 일산 경찰서를 불시에 들러 초등학생 유괴미수 사건과 관련해 관계자들을 질책했을 땐 취재진도 목적지를 모른 채 부랴부랴 따라 나설 정도로 방문 결정은 순식간에 이뤄졌다.

이 대통령이 '즉흥 발언,깜짝 방문'을 즐기는 데 대해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준비되지 않은,'있는 그대로'의 분위기를 봐야 실상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는 지론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