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의 자회사인 신한PE(프라이빗에쿼티)가 국민연금,미국 보험사인 CV스타 등의 출자를 받아 국내에 '팬 아시아 리(Pan Asia Re)'라는 재(再)보험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재보험사는 일반 보험사가 위험 분산을 위해 드는 보험을 전문으로 인수하는 '보험사의 보험사'격이다.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사모투자펀드(PEF) 전문 운용사인 신한PE는 국민연금,CV스타 등으로부터 약 2000억원의 투자자금을 유치해 국적 재보험사인 코리안리와 경쟁할 수 있는 '제2의 재보험사' 설립을 서두르고 있다.

PEF가 보험사 설립에 나서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 작업은 2002년 이후 세 차례에 걸쳐 국내에서 재보험사 설립을 시도했던 김동은 전 동부화재 부사장이 주도하고 있어 성사 여부가 주목된다.

◆누가 참여하나

팬아시아리는 국민연금이 40%,신한PE와 CV스타가 30%씩 출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PE는 지난 2월 국민연금의 PEF 운용사로 선정됐으며 이미 국민연금으로부터 2000억원의 투자 약정을 받았다.

CV스타는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5개의 보험사를 거느린 보험지주회사다.

최근 헤지펀드 PEF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CV스타의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내 대표적인 지한파 금융인으로 꼽히는 모리스 그린버그 전 AIG그룹 회장이다.

그린버그 회장은 한♥미재계회의 미국 측 위원장을 맡고 있다.

◆금융당국 승인 여부

국민연금 관계자는 "신한PE 등과 함께 재보험사 설립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하지만 금융감독당국으로부터 예비인가를 받은 이후에 최종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팬아시아리는 4~5월 중 CV스타 국민연금 등 잠재 투자자들의 사업타당성 검토 및 현장실사를 거쳐 투자 약정을 이끌어낸 뒤 6월 중 금융당국에 재보험 예비인가를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신한PE CV스타 등이 공동으로 재보험사 설립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아직 공식 접촉은 없었다"고 말했다.

새로 개정된 보험업법은 PEF도 보험사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민연금 참여 문제없나

보험업계는 제2의 재보험사 설립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3차례에 걸쳐 재보험사 설립이 시도됐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수익 전망이 밝지 않아 투자자들이 막판에 지분 참여를 거부한 탓이다.

국내 재보험시장은 1997년 완전 개방됐다.

이후 7개의 글로벌 재보험사와 10여개 중개사가 들어와 영업 중이다.

세계 재보험 1,2위인 스위스리와 뮌헨리의 연간 국내 매출이 300억~500억원에 불과할 정도로 경쟁도 치열하다.

국적 재보험사인 코리안리의 시장점유율도 과거 80% 수준에서 지금은 65%로 떨어졌다.

한 손보사의 임원은 "코리안리에 이어 재보험사가 하나 더 생기면 경쟁 구도가 심화돼 원수사(손보사) 입장에서는 바람직한 일"이라면서도 "하지만 사업 초기에 검증되지 않은 신생 재보험사에 재보험을 넘길 회사가 과연 얼마나 되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재보험사는 보험사고 증가로 보험금 지급이 늘어나 재무구조가 나빠질 경우 주주들이 추가로 자본을 투입해야 하는데 국민연금이나 PEF가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PEF가 주축이 돼 재보험사를 설립하고 여기에 국민연금이 참여하는 점 등은 금융당국의 인허가 심사에서도 상당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