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사가 공장 간 생산물량 불균형과 이에 따른 임금격차 문제를 풀기 위해 처음으로 머리를 맞댄다.

윤여철 현대차 사장(노무ㆍ생산담당)과 윤해모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노사 대표 34명은 11일 울산공장에서 '물량조정위원회'를 열어 생산라인 유연화를 추진키로 했다.

특히 노조 지도부가 잔업과 특근이 많은 공장과 그렇지 못한 공장 간 노노(勞勞) 갈등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적극 협상에 나서겠다고 밝혀 주목된다.

이에 앞서 현대차 울산 3공장 노조원들은 회사 측이 신차 생산물량을 다른 공장에 넘기려 한다며 지난 5일과 6일 주말 특근을 거부한 바 있다.

◆노사 대표 34명 협상테이블에

이번 물량조정위 협상테이블에는 사측에서 윤 사장과 박수철 전무 등 노무담당 임원 17명,노측에서 윤 위원장과 각 공장 대의원 대표 17명 등 34명이 참석한다.

특히 물량조정 문제로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울산 1~5공장,아산공장,전주공장의 각 개별노조 대표가 전원 참석키로 했다.

노사 대표가 생산시스템을 바꾸기 위해 협상 테이블에 마주앉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 노사가 공동으로 물량조정을 논의하기로 한 것은 지금의 차량 생산 시스템이 회사 경쟁력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서다.

회사 입장에선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노조 입장에선 조합원 간 이해 관계를 조율하기 위해 적절한 조절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노조 지도부가 적극 나서고 있다는 게 과거와 달라진 점이다.

장규호 노조 공보부장은 "각 공장별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풀기가 쉽지는 않다"며 "이 문제가 올해 임금협상보다 훨씬 중요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합의를 도출한 뒤 책임지고 조합원 동의를 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연한 생산라인'이 관건

이번 협상의 관건은 공장별 생산물량의 유연화를 명문화할 수 있느냐다.

일감이 넘치는 공장의 생산차종을 일감이 부족한 공장으로 자유롭게 이전할 수 있도록 한다는 조항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유연한 생산라인을 갖추면 판매가 감소하는 차량을 생산하는 공장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시장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생산시스템이 절대 필요한 만큼 물량조정위에서 이를 집중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아반떼,i30,투스카니 등을 생산하는 울산 3공장과 그랜저TG,NF쏘나타 등을 만드는 아산공장의 생산물량 일부를 울산 1ㆍ4공장 등 일감이 적은 공장에 투입할 경우,울산 3공장 및 아산공장 조합원들의 반발을 어떻게 막느냐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생산물량이 줄어들면 그만큼 잔업ㆍ특근 일수가 감소해 수당 역시 적어지기 때문이다.

노조 측은 회사가 향후 개발되는 신차종을 투입할 때 이번에 일감을 나눠준 공장을 우선 배려하는 식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사측은 생산라인 유연화 외에 다른 사항을 명문화하는 것은 또다른 파업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어 조심스러워하고 있다.

업계에선 현대차 노사가 현재의 경직된 생산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공감하고 있는 만큼 이번에 일본 및 유럽의 제조업체들처럼 유연한 시스템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