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사정이 여의치 않은 가운데 물가가 치솟으면서 경기를 보는 소비 주체들의 심리가 크게 악화됐다.

대선 이후 최고조를 이뤘던 경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감이 새 정부 출범 한 달 만에 싸늘하게 식어버린 것이다.

생산 소비 투자 등 실물 지표가 경기 둔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가운데 경제 주체들이 자신감을 잃고 있어 경기 하강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7일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소비자전망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기대지수는 99.7로 지난해 3월(97.8) 이후 1년 만에 기준치(100)를 밑돌았다.

전월(103.1)과 비교해도 3.4포인트 떨어졌다.

소비자기대지수가 기준치보다 낮으면 6개월 후의 경제 여건(경기 생활형편 소비지출)이 지금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보는 소비자가 그렇지 않은 이보다 많다는 뜻이다.

◆소비심리 다시 겨울로?


소비자기대지수는 작년 4월 100을 넘어선 뒤 11월 잠시 정체됐을 뿐 계속 오름세였다.

지난해 2분기 이후 경기가 강한 상승 국면을 이어온 것을 반영했다.

특히 대선과 새 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로 올 1월에는 105.9를 기록하며 5년4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낙관적인 기대는 1월 정점을 찍은 뒤 2월 103.1까지 뒷걸음질했다.

새 정부 출범 한 달이 지난 3월에는 지난해 경기 상승세의 출발점이었던 1년 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6개월 전과 비교한 현재의 경제 여건에 대한 소비자들의 평가를 보여주는 소비자평가지수 역시 76.4를 기록해 전달(81.8)보다 5.4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10월(92.5) 이후 5개월 연속 하락세다.

특히 경기에 대한 기대지수가 한 달 사이 100.1에서 92.1로 빠지는 등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를 보였다.

생활형편에 대한 예측 역시 101.4에서 99.2로 하락하며 기준치를 밑돌았다.

다만 소비지출에 대한 기대지수(107.7)는 전월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다.

김영노 통계청 분석통계팀장은 "지난 몇 달간의 물가 상승과 금융시장 불안이 소비자들의 심리에 반영된 결과"로 해석했다.

◆계층ㆍ연령 불문

저소득층ㆍ고소득층 할 것 없이 모든 소득계층에서 소비자기대지수가 전월보다 하락했다.

월소득 300만원 이상 계층은 아직도 낙관적인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월소득 200만원 이상 300만원 미만의 중간 계층의 기대지수가 기준치 100으로 떨어졌고,월소득 200만원 미만의 저소득층에서는 경제 여건이 '더 나빠질 것'이라고 답한 이가 더 많았다.

연령별 기대지수를 봐도 모든 나이대에서 전달보다 나빠졌다.

20대(103.2)와 30대(102.0)는 전월차가 각각 -2.1과 -3.7을 기록하기는 했어도 기준치보다는 높았다.

40대 이상은 하나같이 향후 경제여건을 비관적으로 내다봤다.

6개월 전과 비교한 현재 자산 가치에 대한 주관적 평가를 나타내는 자산평가지수 집계에서는 주택 및 상가(99.6→100.9)와 토지 및 임야(100.4→100.8)에 대한 지수가 올랐고,대신 금융ㆍ저축(97.3→96.2) 주식 및 채권(80.0→75.0)은 떨어졌다.

향후 경기에 영향을 줄 요인으로 '유가 등 물가'(68.9%)를 꼽는 소비자가 가장 많았고,수출ㆍ환율(10.3%) 국내 소비(6.6%) 등도 변수로 지목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