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조정이 왔다.

8일 닷새 만에 기관이 프로그램을 통해 매물을 쏟아내며 지수가 1750선으로 밀리긴 했지만 양호한 수준의 조정으로 보인다.

최근 지수를 밀어 올린 것은 수급의 힘으로 보는 시각들이 많다.

하나대투증권은 신용위기 완화 분위기로 외국인 매도가 일단락됐고, 주식형 펀드로 자금이 돌아오면서 기관의 매수여력이 커지며 늘어난 프로그램 매수가 상승의 단초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부국증권에서는 이런 여건에다 지난 1분기중 약세를 노린 26조5107억원 규모의 대차거래액(체결기준)도 대기 매수세로 보인다며 시장의 수급에 긍정적이라는 시각을 제시했다.

8일 증시는 조정을 받고 있지만 이 같은 수급 개선의 선순환을 깰 만한 거대한 악재는 크게 눈에 띄지는 않는다. 추세 상승 여부는 아직 전문가들 사이에 이견이 있지만, 당분간은 이 같은 수급 개선이 증시에 든든한 뒷심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데는 대체로 동의한다.

어쨌든 8일의 하락은 기다리던 조정이다 보니 반갑다는 마음이 먼저 든다. 숨가빴던 지수가 잠시 다리쉼을 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 것은 미국 증시였다. 밤사이 나온 미국의 1분기 첫 기업 실적이 부진했다는 소식은 지수가 쉬어가기 좋은 핑계거리가 됐다.

미국 실적시즌의 첫 주인공은 세계 3위 알루미늄업체인 알코아였다.

알코아는 지난 1분기 순이익이 전년동기대비 3억300만달러(주당 37센트)로 54% 급감했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가 예상한 주당 45~50센트를 하회한 실적이라고 한다. 1분기 매출도 예상치 16억3000만달러에 못 미친 15억달러에 그쳤다. 알코아 측은 고유가와 약달러로 마진이 줄었기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알코아를 필두로 1분기 미국기업 실적에 대한 불안감이 고개를 들고 있는 가운데, 마침 우리 지수의 향후 흐름과 관련해 미국 기업들의 실적에 주목한 보고서가 있다.

동부증권의 송경근 애널리스트가 쓴 것으로, 미국 기업 실적을 주시하면 향후 우리 증시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의 상승은 수급 외에도 미국 증시 상승도 주요인이었는데, 미국에서 부정적인 고용지표에 둔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결국 미국증시는 기업실적이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송 애널리스트는 “미국기업들의 실적이 부진하긴 하겠지만 전년동기대비 증가하거나, 예상치를 웃돌 경우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미국기업들이 2분기 연속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을 냈기 때문에 시장의 기대치가 낮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눈높이가 낮아졌으니 조금만 잘해도 호재로 부각될 수 있다는 논리다.

최근 급격한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실적 둔화 가능성도 있긴 하나, 이번 주에 발표될 미국 기업들의 실적 전망치를 참고하면 대체로 견조한 실적이 나올 것으로 송 애널리스트는 기대했다.

투자자들은 미국 기업들이 실적을 내놓을 때마다 절대적인 수치에 놀라기 앞서 예상치를 웃돌았는지 밑돌았는지를 먼저 점검할 필요가 있겠다.

한경닷컴 이혜경 기자 vix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