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꽃이 만개한 봄이지만 원자재 펀드만은 시들해진 모습이다.

올해초 주식시장과 디커플링 현상을 보이고, 원자재 가격의 상승과 함께 주목받았던 원자재 펀드가 최근 낮은 수익률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증권사들이 내놓은 자산포트폴리오 보고서에서는 원자재펀드의 비중을 줄일 것을 권하는 한편, 실제 자금 유출도 잇따르고 있다.

8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원자재펀드의 수익률은 최근 저조한 성적을 보인 끝에 1개월 수익률이 대부분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특히 올해초 금 가격 상승랠리와 함께 '스타펀드'로 주목 받았던 기은SG자산운용의 '기은SG골드마이닝주식' 시리즈는 1개월 수익률이 -12.34~-12.18%로 가라앉았다. 최근 1주간 수익률도 -2.69~-2.69%로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아시아퍼시픽천연자원주식형 1CLASS-A'는 1개월 수익률이 -8.36%를 기록하고 있으며, 도이치자산운용의 '도이치글로벌커머더티주식재간접'펀드도 -6.44%에 불과한 수준이고, JP모간의 'JP모간천연자원주식종류형자 1A'도 -3.84%의 저조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우리CS자산운용의 '우리CS글로벌천연자원주식', 푸르덴셜자산운용의 '푸르덴셜글로벌천연자원주식자H-A', 프랭클린템플턴자산운용의 '프랭클린내츄럴리소스주식형' 시리즈 등의 1개월 수익률도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기은SG 관계자는 이에 대해 "원자재 펀드는 시장의 쇼크가 있을 때 급등하고, 이후 추가적인 조정을 거치는 성격이 있다"면서 "이 같은 패턴이 있기 때문에 장기투자를 권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조정국면"이라고 설명했다.

강은정 한국펀드평가 펀드애널리스트도 "최근 원자재펀드는 거품이 빠지는 시기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원자재 펀드는 변동성이 큰 만큼 조정기를 거치는 것으로 봐야한다"고 전했다.

이처럼 자산운용사들의 느긋한(?) 장기투자 권유에도 불구하고, 각 증권사들은 원자재 펀드들에 대해 마이너스 수익률을 우려해 자산포트폴리오에서 들어낼 것을 제안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이날 '4월 펀드전략' 보고서에서 "원자재 펀드는 급등에 따른 속도조절과 투기적 요인의 이탈로 가격변동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높은 변동성을 피하기 보다는 이를 감안한 편입 비중 조절로 대응해야 한다"고 전했다.

즉 변동성을 감안한 투자자라면 보유해도 괜찮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실제 적극적인 투자유형을 위한 포트폴리오 구성에 있어서는 원자재 펀드를 모두 제외시켰다.

소액투자자에게는 우리CS의 '글로벌천연자원주식'을 원자재가격 급락으로 변동성이 높아짐에 따라 편입에서 제외시켰고, 고액투자자에게는 도이치DWS의 '프리미어에그리비지니스'를 적극적인 수익추구를 위해 교체한다고 명시했다.

한편 하나대투증권에 따르면, 원자재 펀드 자금이 실제 유출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1월3일 기준 설정액이 4250억원에 달했던 원자재 펀드는 꾸준한 자금유입세로 지난달 20일 4941억원까지 설정액이 증가했다.

하지만 5000억원을 코앞에 두고 원자재 시장의 약세에 따라 자금유출이 본격화되기 시작해 3월 4주차(3월 21일~27일)에는 1주일간 5억원의 자금이 유출됐고, 5주차(3월28일~4월3일)에는 16억원이 유출되면서 총 설정액은 4920억원까지 빠졌다.
원자재펀드, '100일 천하'도 못하고 '시들'
한경닷컴 김하나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