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집값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서울의 노원 도봉 중랑 등지에 '업(UP) 계약서'까지 등장했다.

이들 지역은 서울 강북.금천구,인천 계양구,경기 의정부 등과 함께 올 들어 집값이 가파르게 올라 '신(新)버블세븐'지역으로 불린다.2006년 주택시장 과열을 빚었던 기존 버블세븐(강남 목동 분당 등)에 빗댄 말이다.

업 계약서는 다운 계약서와 대비되는 말로 실제 계약금액보다 가격을 높여 시.군.구청에 신고하기 위해 작성하는 이중 계약서를 뜻한다.

통상적으로 공급자 우위의 시장에서는 매도자가 양도소득세 부담을 덜기 위해 다운 계약서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소형 아파트 위주로 급등세를 타고 있는 지역에서는 오히려 다운 계약서보다 업 계약서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



8일 부동산중개업소에 따르면 노원 도봉 등 최근 집값 상승세가 두드러진 강북 지역에서 투자자들이 업 계약서를 요구하는 사례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처럼 업 계약서 요구가 많은 것은 1가구2주택이거나 3년 보유.2년 거주 요건을 맞추지 못한 1주택 보유의 투자자가 향후 매도시점에 양도차익(양도가액-취득가액)을 낮춤으로써 양도소득세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매도자 입장에서도 6억원 이하 1가구 1주택자라면 어차피 양도소득세가 면제돼 가격을 좀 높이더라도 별다른 불이익이 없는 상황이다.

노원구 상계동 주공6단지 내 A공인 김모 실장은 "17~18평형대 소형 아파트를 찾는 투자자들 중 업 계약서를 쓰자고 하는 손님들이 많다"며 "대부분 계약금액의 10~20% 정도의 상향 조정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상계주공 4단지 24평형의 경우 당초 2억원에 계약이 됐지만 잔금청산 시점에 가서 시세가 2억2000만원으로 오르자 매수자 측이 돈을 좀 더 주는 대신 업 계약서를 쓰자며 은근히 제안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도봉구 창동 창동역사 인근 B공인 박모 대표도 "주로 지방에서 올라온 이른바 '묻지마 투자자'들이 업 계약서를 쓸 수 있는 매물을 많이 찾는다"면서 "하지만 매수자 간 경쟁이 치열한 요즘 실제 업 계약서를 작성할 수 있는 매물을 잡기란 그다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실태가 이런데도 업 계약서의 단속을 맡고 있는 노원구 등 관할 구청에서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노원구 지적과 관계자는 "각 거래 당사자가 증빙서류를 가지고 와서 신고하지 않는 한 구청이 적발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게다가 업 계약서는 그 성격상 다운 계약서와는 달리 차후에 밝혀지기도 힘들어 단속 자체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현행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 거래 신고와 관한 법률'에 따르면 실거래가격으로 신고하지 않거나 허위 신고한 경우 매도자.매수자 및 중개업자는 취득세의 3배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된다.

거래 당사자가 중개업자에게 신고를 하지 못하게 하거나 허위 내용을 신고하도록 요구했을 경우에는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된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