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지니스도 하나의 게임 … 이기는 비결은 신뢰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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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인 개인들이 서로 협력하는 이유는 뭘까요. 바로 이기적인 개인의 머리속에 게임이론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죠. 게임을 한 번 하고 만다면 반칙을 하고 협력하지 않겠죠. 하지만 지속적으로 사업을 하는 등 게임이 이어진다면 협력하는 게 이윤을 많이 얻을 것이라 생각하게 되죠."
8일 오전 연세대 대우관 435호실. 하버드대학에서도 난해하기로 소문난 게임이론의 세계적 권위자인 드루 후덴버그 하버드대 교수(50)가 강의실을 가득 메운 30여명의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열띤 강의를 하고 있었다.
후덴버그 교수는 연세대가 추진 중인 '스타교수 유치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연세대 강단에 서게 됐으며 4월 한 달간 그의 게임이론을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가르치게 된다.
유력한 노벨경제학상 후보 중 한 사람으로 거론되고 있는 후덴버그 교수는 3시간 수업 내내 칠판 양끝을 오가며 게임이론의 최첨단 분야인 '반복이론'과 '평판이론'에 대해 설명했다. 두 이론의 예로 그는 삼성전자를 들었다.
"삼성전자가 단 한 번만 게임에 참가한다면 낮은 품질의 제품을 고가로 팔아 이윤을 챙기겠지만 게임이 반복될 경우 평판이 나빠져 이윤이 급감하게 되죠. 핵심은 반복적인 관계가 신뢰를 쌓는 원동력이 된다는 겁니다." 3시간 수업 동안 학생들은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복잡한 게임이론의 기본원리를 이해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첫 수업을 마친 후덴버그 교수는 "하버드대 학생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학생들의 수업태도가 좋았다"며 "한국의 우수학생들을 가르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한국 대학에서 첫 수업을 한 소감에 대해 그는 "한 학기에 3~4과목씩 강의하는 한국 교수들의 살인적인 업무 강도에 놀랐다"며 "미국에서는 한 학기에 2과목도 많다"고 말했다.
후덴버그 교수는 학생들의 연구와 논문 주제 선정에도 관여한다. 수업은 일주일에 3시간씩 두 번만 하고 나머지 시간은 학생들을 위해 비워뒀다. 그는 하버드 수준의 수업을 엄격히 진행할 계획이다.
연세대는 경제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의 수업을 학생들에게 지속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후덴버그 교수에 이어 내년 1학기엔 2006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에릭 매스킨 교수(56)와 2학기엔 계량경제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피터 슈미트 미시간대 교수(59)를 초청한다.
성선화/김영우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