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역 2000년보다 4배나 늘어 20억弗 … 제조. 물류 투자도 급증

북핵 문제 타결을 위한 미국과 북한 간 대화가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관측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북한에 대한 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나서 주목된다.

북핵 문제 타결 이후 한반도에서 입김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8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중국 기업과 거래하는 북한 기업에 대해 위안화 결제계좌 개설을 허용하는 새 제도를 도입했다.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대북 무역 결제와 관련한 신 규정을 만들어 국경무역이 활발한 랴오닝성 단둥시 및 지린성 옌볜 조선족자치구 등의 금융기관에 최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써 중국과 무역을 하는 북한 기업이나 개인들은 중국 금융기관에 등록한 뒤 위안화 결제 전용 계좌를 개설해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북한으로서는 무역으로 얻은 위안화로 외화 구입이 가능해져 서방국들의 경제제재 조치로 부족해진 달러를 구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일 정부 관계자는 "위안화 결제 신제도는 중.북한 간 국경무역을 촉진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고 풀이했다.

북한과 중국 간 무역은 최근 수년간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20억달러를 돌파했다.

5억달러에 그친 2000년과 비교하면 4배가량 늘어난 규모다.

올 들어 중국과 북한 간 물류망도 대폭 확충되고 있다.

중국 국제항공은 지난달 말 베이징~평양 간 운항을 개시했다.

이로써 베이징~평양 간 항공편은 북한 고려항공을 포함해 두 배로 늘어났다.

지린성 훈춘시에서 북한의 나진으로 통하는 도로와 중국에서 북한을 경유해 러시아로 연결되는 철도 건설 프로젝트도 진행되고 있다.

제조업에서도 중국의 대북 투자가 급증하는 추세다.

중국 대형 철강업체인 탕산강철은 북한 북동부 지역에 제철소를 건설키로 확정했다.

또 루이광자동차는 버스의 대북 수출에 나섰고,북한과 합작으로 차량 수리 공장을 짓기로 했다.

양국 관계가 밀월 관계로 접어들면서 북한의 김일성 국방위원장이 조만간 방중할 것이란 소문이 나돌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2006년 10월 북한의 핵 실험 후 유엔 결의에 따라 중국이 대북 경제 제재에 동참하면서 한동안 멀어졌던 양국 관계가 회복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북한과 중국 간 경제 협력 확대에 대해 국제사회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만약 북핵 해결을 둘러싼 6자 회담이 진전 없이 끝나면 중국의 대북 경제 제재 완화가 서방국의 경제 압력 조치를 유명무실하게 만들 것이란 지적이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