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서 우려하는 만큼 매출이 크게 떨어지진 않았어요.

국내에서 처음 조류 인플루엔자(AI) 사태가 터졌던 2003년이나 2006년과 견줘 보면 소비자들이 정말 성숙해진 셈이죠."

8일 이준동 대한양계협회 회장은 의외로 담담하게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전북 일대에서 AI가 재발해 '죽을 지경'이란 답변을 예상하고 만나본 기자의 생각이 빗나간 것이다.

이 회장은 "생닭을 75도 이상에서 5분 이상 가열해 먹으면 인체에 전혀 해가 없다는 점을 소비자들이 두 차례 경험을 통해 알게 됐다"며 "닭(상품.1.2~1.4㎏) 도매가격은 1440원으로 한 달 전과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AI 사태가 터질 때마다 필사적으로 언론을 통해 닭이 안전하다고 호소했던 닭고기 가공업체들도 이번엔 조용하다.

2006년 12월 AI 발생 일주일 뒤 매출이 종전 대비 80%나 곤두박질쳤던 마니커도 최근 매출 감소폭은 10% 미만이다.

작년 이맘 때와 비슷해 매출 감소가 꼭 AI 때문이라고 보기도 어려울 정도다.

최용만 마니커 홍보팀장은 "최근 하루 출하물량은 14만마리로 평상시와 비슷하다"며 "소비자들이 익혀 먹으면 전혀 문제없다는 것을 알기에 예전처럼 대대적인 위생홍보는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읍 오리농장의 AI로 큰 타격이 우려됐던 오리식당들도 별다른 동요가 없다.

서울 종로 A오리식당 점주는 "최근 매출이 AI 발생 전보다 10~15%가량 줄긴 했지만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전북 일대의 AI 사태에도 닭.오리 시장이 예전처럼 큰 타격을 입지 않은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이는 소비자들이 '학습효과'를 통해 터득한 결과다.

취재 도중 만난 육계업계 관계자들은 오히려 "소비자들이 안전하게 먹는 법을 잘 알고 있으니 괜히 기사화해 긁어부스럼을 만들지 말아달라"고 입을 모았다.

물론 이번에도 일부 언론에선 고장난 전축처럼 '매출 급감,시장 위축' 등 자극적인 표현을 되풀이했다.

하지만 소비자는 똑똑해졌고 관련 업계도 성숙해졌다.

혹,언론만 학습효과를 모르는 게 아닌지 새삼 반성해본다.

장성호 생활경제부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