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9총선] 재계, 총선 외유는 옛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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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대기업 회장들과 정치인들은 선거철마다 '숨바꼭질'을 했다.
투표일이 가까워지면서 선거자금이 바닥난 정치인들은 기업 총수들을 애타게 찾았다.
"누구는 주고 누구는 안줄 수도 없고…." 고민하던 대기업 회장들은 투표를 앞두고는 출장이나 요양을 이유로 아예 자리를 피했다.
이번 18대 국회의원 총선에선 이런 풍속도가 사라졌다.
8일 주요 그룹에 확인한 결과 그룹 회장들 가운데 상당수가 이번 '4.9 총선'에 적극 참여할 계획인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회장은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기존에 잡혀 있던 해외출장 일정까지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기업 임원들의 몸도 덩달아 가벼워졌다.
선거철만 되면 정치권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성의표시'를 해야 했던 기업인들은 '격세지감'이라는 반응이다.
중국 베이징 제2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던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은 준공식을 마치고 이날 서둘러 귀국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준공식 이후 며칠 더 중국에 체류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정 회장의 투표 참여 의지가 강해 귀국 일정을 앞당겼다"고 전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투표일에 맞춰 해외 출장 일정을 조율했다.
최 회장은 중국 하이난(海南)섬에서 10일 열리는 보아오포럼 개막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예전 같으면 개막식 2~3일 전에 출국해 중국 귀빈들을 만나거나 현지 사업장을 둘러보는 게 관행이었지만 이번엔 9일 선거를 마치고 10일 출국하는 것으로 일정을 빡빡하게 짰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스케줄은 아예 공란이다.
GS그룹 관계자는 "투표하기 위해 총선 전후에 출장 일정을 하나도 잡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출장이 잦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도 이번 총선일엔 국내에 머무르며 투표장을 찾을 예정이다.
구본무 LG그룹 회장 역시 비행기를 타지 않는다.
대기업 홍보 담당자는 "지난 대선 때부터 마음 편히 선거철을 보내고 있다"며 "절대 변하지 않을 것처럼 보이던 정치권도 시대 변화에 맞춰 구태를 벗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