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우주인 시대] 막오른 감동의 드라마…우주에 희망을 새겼다
[한국 우주인 시대] 막오른 감동의 드라마…우주에 희망을 새겼다
8일 오후 5시36분(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남동쪽으로 2100㎞ 떨어진 카자흐스탄의 바이코누르 우주기지.'가가린 출발대'에 마련된 리프트를 타고 '소유즈 TMA-12' 우주선에 오른 이소연씨가 밝은 표정으로 100여명의 한국인 참관단을 비롯한 '지상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가가린 출발대는 1961년 세계 최초 우주인인 옛 소련의 유리 가가린을 태운 '보스토크 1호'가 날아오른 장소.한국 최초 우주인인 이씨는 47년 전 가가린이 섰던 바로 그 자리에서 '한국인의 꿈'을 품은 채 우주선에 몸을 실었다.

기다리던 '카운트 다운'은 이씨가 탑승한 지 2시간40분 만인 오후 8시16분 시작됐다.

이씨의 가족은 물론 오랜 기간 같은 일을 반복해온 노련한 전문가들의 얼굴에도 일순 긴장감이 배어났다.

이씨는 러시아의 엄격한 우주인 관리 노하우에 따라 우주선에 탔다.

지난달 26일 모스크바 외곽 가가린 우주인훈련센터를 떠나 바이코누르로 온 이씨는 발사 이틀 전까지 도킹 훈련,우주멀미 인내 훈련,간단한 체력 단련과 충분한 휴식으로 건강을 유지했다.

'감염을 막기 위해 발사 5일 전부터는 외부인과 접촉할 수 없다'는 방침에 따라 이씨는 기자회견은 물론 부모와의 만남마저도 유리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진행해야 했다.

이씨는 출발 전날 가진 인터뷰에서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푹 잘 자고 건강을 지키는 것밖에 없다.

건강하지 못해 못 타면 큰 일이고 잘 먹고 잘 자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건강에 자신감을 보였다.

발사 이틀 전인 6일 오전에는 소유즈 TMA-12가 우주기지 내 조립공장에서 출고돼 2시간30분에 걸쳐 기차에 실려 천천히 발사장으로 옮겨졌다.
[한국 우주인 시대] 막오른 감동의 드라마…우주에 희망을 새겼다
발사대에 51m 길이의 발사체를 세우는 데만 5시간이나 걸렸다.

정교한 조립상태가 진동에 의해 풀리면 위험하기 때문에 긴장감 속에서 작업이 이뤄졌다.

우주인을 태우고 갈 연료는 7일 상단(3단) 로켓에 채워졌고 하단(1,2단) 로켓은 안전을 고려,발사 2시간 전에 주입됐다.

이씨는 8일 오후 2시16분 우주기지에 도착한 뒤 혈압 심전도 등 최종 의학검사를 받았다.

그 다음 50분에 걸쳐 우주복을 갈아 입었다.

워낙 정밀기계가 많이 달려 있는 복잡한 옷이라 옆에서 도와줘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

이어 우주인들은 가족과 정부 관계자들을 20분간 만난 다음 에네르기아 건물 밖에서 50m 떨어진 광장에서 우주비행 준비를 보고하는 '우주인 보고식'을 가졌다.

우주로 떠나는 우주인을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 100여명의 한국 우주인 참관단은 성공적인 우주 비행을 기원하는 힘찬 응원을 펼쳤다.

탑승 우주인들은 오후 5시36분 발사대에 도착,리프트를 이용해 소유즈 우주선의 귀환선 모듈에 올라탔다.

우주선 본체는 3부분으로 나뉘는데 중간인 귀환선 모듈은 지구를 오갈 때 우주인들이 앉아있는 부분이다.

귀환선 모듈에 탑승한 뒤 카운트다운이 이뤄질 때까지 2시간40분 동안 이씨는 긴장감을 풀 수 없었다.

이런 험난한 과정을 거쳐 이씨는 한국인으로선 최초로 우주 비행에 도전했다.

바이코누르(카자흐스탄)=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