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사직후 체중 4배 중력 느껴 … 6분후엔 '둥둥'

NASA "이소연씨, 세계 최연소 여성 우주인"

8일 오후 5시36분(이하 한국시간) 카자흐스탄의 바이코누르 우주기지.'가가린 출발대'에 마련된 리프트를 타고 '소유즈 TMA-12' 우주선에 오른 이소연씨가 밝은 표정으로 100여명의 한국인 참관단을 비롯한 '지상인'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가가린 출발대는 1961년 세계 최초 우주인인 구(舊) 소련의 유리 가가린을 태운 '보스토크 1호'가 날아오른 장소.한국 최초 우주인인 이씨는 47년 전 가가린이 섰던 바로 그 자리에서 '한국인의 꿈'을 품은 채 우주선에 몸을 실었다.

이날 우주기지 인근은 구름 한점 없이 맑은 영상 13도의 포근한 날씨였다.

간간이 미풍이 불고 새로 돋아난 나무 이파리가 메마른 초원에 생명이 있음을 알렸다.

이씨는 비행 엔지니어인 올레그 코노넨코에 이어 두 번째로 우주선에 탑승,오른쪽 좌석에 앉았다.

가운데 자리는 세르게이 볼코프 선장의 몫.탑승 직후 이씨는 밖이 보이지 않은 우주선 안에서 2시간40분에 걸쳐 우주복의 압력과 우주선의 시스템을 점검했다.

러시아 연방우주청은 우주인들의 긴장감을 덜어주기 위해 우주선에 러시아 유행가를 틀어줬다.

카운트다운은 오후 8시16분에 시작됐다.

"10,9,8,7…".통제실에서 흘러나오는 숫자가 '0'을 향해 치닫자 오랜기간 같은 일을 반복해온 노련한 전문가들조차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시계 초침이 39에 멈추는 순간 이씨를 태운 로켓이 '과콰쾅' 하는 굉음을 내며 땅을 박차고 힘차게 일어섰다.

등유와 액화산소로 가득 찬 1단 로켓이 뿜어내는 힘은 무려 310t에 달하는 로켓 무게를 충분히 이겨내는 모습이었다.

초당 500m 속도로 솟아오른 로켓은 주황색 불꽃을 점차 가늘게 늘어뜨리며 90초 만에 하늘 저편으로 사라져버렸다.

이씨의 어머니 정금순씨(57)는 발사되자마자 울음을 터뜨렸다.한국 최초 우주인의 '지구 밖 여행'은 이렇게 시작됐다.

"소유즈 로켓의 발사 정확도는 99.99%에 달했다.

카운트다운이 끝난 뒤 제자리에 그대로 서 있는 로켓은 지금까지 본 적이 없었다"고 자랑하던 아스트라시스템즈의 알렉산더 코르쉬코프 사장의 말이 다시 한번 입증된 셈이다.

아스트라시스템즈는 바이코누르 우주기지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기지를 소개해주는 일을 맡고 있다.

항공우주연구원 관계자는 "이씨는 발사 10~20초 후부터 지상의 3~4배에 달하는 중력을 온몸으로 느꼈을 것"이라며 "하지만 6분이 지난 뒤 엔진소리가 잦아들면서 무중력 상태에 빠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같은 시각 현지에서 소유즈 TMA-12호의 발사를 지켜본 한국인 참관단 사이에선 끊임없이 환호가 터져나왔다.

"이소연 만세","한국 우주기술 만세"를 외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서로를 부둥켜안고 감격해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항우연 관계자는 "1년 넘게 괴롭혀 온 실패에 대한 부담감이 20초 만에 풀렸다"며 "출발이 좋았던 만큼 앞으로 12일간의 우주비행에서도 아무런 탈이 없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소유스 우주선의 발사 장면과 비행 중인 실내 모습 등을 이날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생중계했다.

NASA는 이씨에 대해 "우주과학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대한민국 국적의 연구원이 세계 최연소 여성 우주인 자격으로 소유즈에 탑승했다"고 소개했다.

NASA 생중계에서 이씨는 3명 중 오른쪽에 타고 있었으며 볼코프 선장이 중간에 앉았다.

발사시각이 다가오자 이씨의 표정은 굳어졌지만 우주선이 계속 순항하자 가끔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이기도 했다.

바이코누르(카자흐스탄)=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