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건설분야 원로 공학자를 만났더니 'Extreme Engineering'이 뭔지 아느냐고 대뜸 물었다.

짐작으로 '극한적 상황에서의 공학기술'을 뜻하는 것이냐고 했더니 웃으면서 그는 우주 얘기를 꺼냈다.

해저,남.북극,그리고 우주에서의 건설이나 탐사에 관련된 기술인데 선진국에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우주가 토목공학은 물론이고 많은 분야에서 연구과제가 되고 있다는 얘기였다.

한국 최초의 우주인이 나오자 거의 모두가 우주강국을 향한 첫걸음을 내디뎠다고 감격해 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이벤트에 불과한 것 아닌가' '한국인이 탔을 뿐 발사체 등 모든 건 러시아가 주도한 것 아니냐'는 얘기들도 나온다.

역사적인 사건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자존심 측면에서 보면 뭔가 허전한 구석이 있는 것은 솔직히 부인하기 어렵다.

역사적으로 되돌아보면 우주 탐사가 여기까지 이른 데에는 구소련과 미국 간 자존심 경쟁이 큰 몫을 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몇 차례 전쟁을 거치면서 이미 국방 측면에서 과학기술의 유용성은 충분히 증명된 터였다.

과학기술력은 국방력이었고,그것은 바로 체제의 우월성으로 직결됐다.

냉전시대에 이것을 단 한 번에 보여줄 수 있는 극적인 것으로는 우주만한 것도 없었던 것이다.

구소련과 미국은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하면서 경쟁에 속도를 붙였다.

체제경쟁처럼 여겨졌으니 예산도 문제될 리 없었다.

그 때는 경제성 문제가 아니라 국가 위상이 걸린,어떻게든 달성해야 할 국가적 임무(mission)였다.

그렇게 발전한 우주과학기술은 냉전이 끝나자 미국과 러시아를 우주산업의 강국으로 우뚝 서게 만들어 놨다.

뿐만 아니라 미국은 수많은 우주과학기술의 민수화를 추진해 경제적 성과를 톡톡히 봤고,러시아는 우주기술 협력파트너를 찾아 나선 후발국들의 구애로 몸값이 크게 치솟았다.

그러나 체제경쟁의 명분이 사라지자 그 자리에 다른 문제가 들어섰다.

막대한 돈이 들어가는 우주개발의 예산확보가 과거만큼 여의치 않게 됐다.

경제적 제약조건이 등장한 것이다.

정부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국민들에게 설득력 있는 설명도 내놔야 했다.

미국이 우주정거장 건설에 여러 나라들을 끌어들인 것도 천문학적 비용조달 문제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여기서 우리 역시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이 있다.

앞으로 우리 손으로 발사체나 유인우주선 등을 만든다고 하면 상상 이상의 돈이 들어갈 것은 너무도 뻔한 일이다.

한 해 정부 연구개발예산이 10조원인데 만약 정부가 이를 죄다 우주에 쏟아넣겠다고 하면 국민들 중 과연 얼마나 이에 동의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것은 현실적인 문제다.

바로 그 점 때문에 후발자들의 경우 실용주의적 접근이 더욱 필요한지 모른다.

중국의 경우는 아직도 체제경쟁적 측면을 의식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일본은 달랐다.

자존심으로 치면 우리보다 못할 리 없는 일본은 핵심 부품.소재와 같은 산업적, 기술적 강점을 바탕으로 입지를 넓혀가면서,이를 지렛대로 우주개발 로드맵을 하나하나 실행에 옮기고 있다.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우주개발에 나설 것인가.

우주인 배출은 시작일 뿐 지금부터 우리가 풀지 않으면 안될 숙제다.

안현실 논설.전문위원 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