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근(斤)의 무게는 고기와 과일이 다르고 채소는 품목마다 또 다르다.

쇠고기는 600g,딸기는 400g이 한 근이고 야채에선 시금치가 150g,미나리가 200g,고추는 300g이 각각 한 근이다.

요즘 대형마트에선 '근'이 'g'으로 대체됐지만 재래시장에선 여전히 '근'이 통용된다.

왜 같은 한 근인데 품목마다 무게가 다를까?

동양의 무게 단위 '근'은 고대 중국에서 유래했다.

한(漢)나라에서 한 근은 약 223g,당(唐)나라 땐 그 세 배인 669g이었다는 기록이 있다.

송(宋)나라부터는 중국인의 짝수 선호에 따라 700g이 아니라 '600g=한 근'이 정립돼 오늘날까지 이어졌다.

국내에선 조선시대부터 고기는 600g,과일은 375g을 한 근으로 구분했다.

편의상 375g이 '400g=한 근'으로 바뀌었다.

품목마다 한 근의 무게가 다른 이유에 대해 이마트 관계자는 "옛 상인들이 사람 심리를 이용한 판매 전략으로 한 근 무게를 자의적으로 정해 팔았다는 게 정설"이라고 말했다.

즉 고기 한 근(600g)이 7000~8000원인데,과일 한 근(400g)이 2000원인 것이 600g으로 환산해 3000원인 것보다 싸 보인다는 얘기다.

김경철 가락동시장 경매사는 "고기 한 근을 거뜬히 먹는 사람도 야채나 과일은 혼자 한 근을 못 먹는다"며 "한 근의 무게를 낮춰 왠지 싸다는 느낌을 줌으로써 많이 팔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