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는 돈먹는 하마(?)'

보험사들이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잇따라 자본확충에 나서고 있다.

특히 외국계가 적극적이다.

그만큼 한국 금융시장을 밝게 보고 과감하게 투자할 만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체질을 강화해 공격적으로 사업을 펼치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일부 신생사는 외형 증대로 지급여력비율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자본확충에 나서고 있다.

보험 매출이 증가할수록 자본확충의 필요성이 커지는 사업의 특성 탓에 이 같은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돈 쏟아붓는 외국 자본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자산 기준 생보업계 4위인 ING생명이 작년 12월 4000억원 증자를 단행한 뒤 올 들어 외국계 생보사의 자본확충이 잇따르고 있다.

메트라이프생명은 지난달 증자 280억원,후순위차입 840억원 등 1120억원의 자본을 확충했다.

작년 11월 250억원을 증자한 PCA생명은 지난달 추가로 450억원의 증자를 실시했다.

생보업계 자산 기준 꼴찌인 뉴욕생명조차 지난달 285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한국에 지점 형태로 진출해 있는 AIG생명은 지난달 미국 본사로부터 영업기금 596억원을 수혈받았다.

AIG생명은 작년 9월에도 276억원을 지원받은 바 있다.

이에 앞서 프랑스 보험그룹인 AXA는 작년 5월 교보AXA자동차보험을 인수한 후 3개월 만에 1000억원을 추가로 투입했다.

작년 말 독일 뮌헨리그룹의 에르고(ERGO)에 인수된 다음다이렉트도 지난달 500억원의 자본을 확충했다.

◆외형 커질수록 자본 필요

외국계 보험사들이 계속 자본금을 늘리는 것은 매출(보험계약)이 증가할수록 자본을 확충해야 건전성 하락을 막을 수 있는 재무 규정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보험사는 계약을 유치할 때마다 일정 비율로 '책임준비금(미래 발생할 보험금 지급에 대비해 쌓아두는 부채)'을 적립하고,그에 상응하는 자기자본을 확충해야 한다.

매출이 늘어날수록 필요 자기자본이 늘어난다는 것.특히 이익잉여금이 부족한 신설 보험사의 경우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선 대주주의 지속적인 자본 투입이 필수적이다.

교보생명이 지난해 프랑스 AXA그룹에 온라인자동차보험사를 매각한 것은 자금 투입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교보생명은 2001년 300억원을 들여 교보자동차보험을 설립했다.

이듬해 300억원,2004년 100억원을 더 투입했다.

하지만 사업 초기 적자로 인해 지급여력비율이 점차 하락했고 금융당국은 추가 증자를 요구했다.

교보 측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판단,작년 5월 AXA에 매각했다.

AXA는 인수하자마자 1000억원을 투입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탄탄한 이익 기반을 굳힌 대형사와 달리 중소형사들은 이익 잉여금으로 필요 자기자본을 충당할 수 있을 때까지 지속적으로 외부 수혈을 통한 자본확충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1999년 제일생명을 4500억원에 인수한 독일 알리안츠그룹은 이후 여섯 차례에 걸쳐 8515억원을 추가로 투입하고서야 알리안츠생명을 정상화시킬 수 있었다.

9년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동양생명은 창립 17년 만인 지난해 누적결손을 완전히 해소했다.

이처럼 보험사가 정상 궤도에 오르기까지는 멀고도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하는 셈이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