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부터 대가야의 도읍이었던 경북 고령군 지산동 고분군 가운데 73·74·75호분을 발굴 중인 대동문화재연구원은 9일 "5세기 전반의 왕릉급에 해당하는 대형분 2기(73·75호)에서 여러 개 조직이 구역을 나눠 봉분을 축조한 구획축조 방식의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하고 토기,철기,마구,장신구 등 1300여점의 다양한 유물을 수습했다"고 발표했다.
연구원이 발굴 중인 고분들은 지산동 고분군 가운데 비교적 이른 시기에 축조된 것으로,조사 결과 73호분은 여러 차례 도굴을 시도한 흔적에도 불구하고 피해를 입지 않은 처녀분으로 밝혀져 주목된다.
이 연구원의 최재현 조사팀장은 "일제 강점기 이래 발굴 조사된 지산동의 중대형 봉토분은 모두 도굴된 상태여서 73호분도 도굴됐을 것으로 추정했으나 그렇지 않았다"면서 "처녀분 발굴은 매우 드문 일"이라고 밝혔다.
또 73호분은 지산동 고분군이 대부분 수혈식 석곽묘인 것과 달리 대형 목곽봉토분으로 밝혀졌다.
수혈식 석곽묘의 전 단계인 목곽묘가 확인된 것은 처음으로 대가야의 편년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73호분에서는 22개의 돌띠가 확인돼 직경 23m,높이 7m의 원형 봉분을 축조하는 데 22개의 조직이 분담했음이 밝혀졌다고 연구원은 설명했다.
73호분의 경우 깊고 넓은 구덩이를 파고 그 안에 주곽과 부장곽을 T자형으로 배치하는 한편 목곽과 무덤구덩이 사이의 공간에는 깬 돌을 채운 구조로 확인됐다.
대가야 고분에서 이 같은 구조가 밝혀진 것은 처음이다.
75호분 또한 대형 수혈식 석실과 부장품곽을 T자형으로 배치했으며 석실을 중심으로 무덤구덩이의 벽면을 따라 등 간격으로 돌아가며 8명의 순장자를 안치한 순장곽이 확인됐다.
특히 봉토 내 순장곽에서는 순장자의 머리 부분에서 초기 형태의 철제관식(冠飾) 1점이 최초로 출토됐다.
유물도 다량으로 확인됐다.
그릇받침과 목단지 등 대가야 양식의 토기류 200여점을 비롯해 환두대도·관모장식·화살촉·창 등의 철기류와 등자·재갈 등의 마구류,경옥제 곡옥과 유리옥 1000여점이 결합된 목걸이·금반지·금귀고리 등의 장신구,금동화살통장식·금동팔찌장식·은제귀면장식 등이 출토됐다.
특히 73호분에서 발견된 주름병과 톱니모양점열문(點列文)이 새겨진 작은바리(소완)는 외국에서 들여온 것으로 추정돼 기존 학설과 편년을 재고하는 획기적 자료로 평가된다는 설명이다.
주름병 등은 지금까지 통일신라시대 토기의 대표적 기종의 하나로 알려져왔기 때문이다.
최 팀장은 "구획축조 방식의 구체적인 내용과 다양한 패턴의 순장곽,다량의 부장 유물 등은 향후 대가야 뿐만 아니라 삼국시대 연구에 매우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