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타이밍이다. 시기를 놓쳐선 안 된다."

경제 전문가들은 총선이 끝난 지금부터가 우리 경제에 꼭 필요한 성장 잠재력을 확충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입을 모았다.

행정부에 이어 입법부가 새로 자리를 잡게 됐고 앞으로 상당 기간 굵직한 정치 일정이 없어 새 정부가 경제 이슈에 전념하는 데 지금처럼 좋은 시기가 없다는 것이다.

국내 경제 전문가 6명에게 총선 이후 새 정부가 추진해야 할 경제정책 방향을 들어 봤다.

전문가들은 총선 이후 우리 경제의 최대 현안으로 한결같이 성장 잠재력 확충을 꼽았다.

참여정부 시절 지표상 경기는 괜찮았지만 성장 잠재력이 많이 훼손됐고 그 결과 국민들의 체감 경기도 싸늘하게 식었다는 이유에서다.

현정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지금 우리 경제의 최대 문제는 성장 잠재력이 떨어졌다는 것"이라며 "야당과의 협력을 통해 성장 잠재력 확충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도 "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반짝 경기'가 아니라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 확충"이라고 지적했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경제학)는 성장 잠재력 확충과 함께 "선진 경제에 맞게 정부와 시장의 관계를 정립하는 일"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성장이냐 물가냐'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굳이 순서를 따지자면 성장 물가 경상수지 순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은 "세계 경제가 침체되는데 우리만 거꾸로 작년보다 더 성장하겠다는 것은 무리"라며 "물가 쪽에 좀 더 신경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문석 상무는 "리스크를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성장이든 물가든 그때 그때 상황이 악화되는 쪽에 더 신경을 쓰는 '탄력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성장 잠재력 확충을 위해서는 규제 완화와 감세가 꼭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오 상무는 "그동안 성장 기회가 있었는데 과도한 규제나 인력 부족 때문에 (성장)하지 못한 서비스 산업이나 교육·의료 등의 분야에서 규제 완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혁신주도형 경제로 가기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를 주요 과제로 꼽았다.

김주현 원장은 "우리나라와 경쟁하는 국가들이 법인세를 앞다퉈 내리는 만큼 우리도 그에 맞게 따라가야 한다"며 감세 정책에 무게를 실었다.

현정택 원장도 "기존 조세 감면과 소득 공제를 대대적으로 정비한 뒤 세율을 낮추는 식의 근본적인 세제 개혁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감세에 대해서는 신중론도 적지 않았다.

전종우 SC제일은행 상무는 "부동산 세제 완화는 투기 수요를 부를 수 있는 만큼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 교수는 "대기업들이 현금을 쌓아두고 있는데 세금 때문에 투자를 못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지금은 감세가 절실한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금리 인하에 대해서는 '당장은 무리이거나 불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소 많았다.

환율에 대해서는 '정부가 인위적으로 환율 추세를 관리하려 해선 안 된다'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었다.

주용석/차기현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