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정국이 9일로 마무리됨에 따라 경기부양 필요성을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선거 개입' 논란을 피하기 위해 경기진작 요구에 애써 눈감아 왔던 이명박 정부의 경제팀이 이제는 부담 없이 대응책을 꺼내 들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연간 35만명 고용 창출과 6% 경제 성장이라는 '장밋빛' 목표를 내건 경제팀에 경기 진작책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야당도 경기진작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문제는 경기 진작책으로 인한 부작용을 어떻게 최소화할 것이냐다.

금리 인하와 원화가치 절하,재정지출 확대 등이 집중 검토될 것으로 보이지만 그 시기와 폭은 유동적이다.

◆추경 편성 등 직접적 경기부양책 나올까

지난해 너무 많은 세금을 거둬들이는 바람에 정부 곳간에 아직까지 쌓여 있는 세계잉여금 4조8000억원의 처리 문제가 핵심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이 돈을 어디에,어떻게 쓰는 것이 국가 경제에 가장 이로운 것인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돈을 직접 투입해 경기 활성화의 촉매제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서서히 힘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으로는 감세 정책 시행에 따른 세수 감소분을 대체하는 데 써야 한다는 '감세재원 활용 방안',올해 예산상 발행하기로 돼 있는 국채를 축소 발행하는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사회간접자본(SOC) 사업 등에 투자해 경기 진작을 도모하자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 중 감세재원 활용 방안은 "올해 세수 사정이 좋아 법인세율 인하 등 각종 감세 조치에도 불구하고 당초의 세입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정부 측 자체 전망을 감안할 때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

국가 부채 규모를 줄여가야 한다는 당위론에서 출발하는 국채 발행 축소 방안과 경기 침체기에 재정 정책이 경기 역행적으로 가선 안 된다는 주장을 담은 경기활성화 방안을 놓고 뜨거운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경기활성화 방안을 선택할 경우 추가경정 예산을 편성해야 하는 만큼 경기부양 논쟁이 정치권으로 확산될 공산이 크다.

◆금리인하 압박 거세질 듯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으로는 금리 인하가 최우선적으로 거론된다.

거시정책 수단 가운데 경기활성화 효과가 가장 큰 것이 금리 인하이기 때문이다.

금리 인하는 통상적으로 6개월 정도 지나야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하할 필요가 있다는 게 기획재정부의 판단이다.

하지만 상황이 간단치 않다.

무엇보다 작년 말부터 치솟기 시작한 물가가 문제다.

범정부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물가안정 대책에도 불구하고 매달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경기를 살리려면 금리를 내려야 하는데 그러자니 물가가 더 요동 칠 것 같아 진퇴양난에 빠진 형국이다.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 속 경기 침체) 위협이 점증하는 상황에서 정부로서는 경기와 물가 중 어느 것에 더 무게를 둘 것이냐 하는 결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다.

재정부는 지금의 물가 상승이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 상승' 성격이 강한 만큼 물가에 다소 부담이 가더라도 경기 진작을 위해 금리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물가 관리를 존립 근거로 하고 있는 한국은행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환율 정책에서도 논란이 예상된다.

경제 성장률과 무역 수지를 고민하는 재정부는 환율 상승을,수입물가 불안을 우려하는 한은은 환율 하락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 밖에 정부가 상반기 중 추진키로 한 서비스수지 개선 대책이나 규제완화 조치도 경기진작 효과와 관련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규제 완화의 경우 각종 규제 때문에 수년째 실행되지 못하고 있는 대규모 투자 건을 범정부 차원에서 해결해 주는 조치들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