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4ㆍ9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과반의석을 확보한 데 대해 반색하면서도 몸을 사렸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번 총선을 계기로 한나라당이 중앙과 지방의 행정ㆍ입법권력을 사실상 장악하게 된 만큼 책임도 막중해졌다"며 "이럴 때일수록 자중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명박 대통령도 이날 출구조사가 나오기 전 일부 참모들에게 "만약 결과가 좋게 나오더라도 자만하거나 오만해선 안 된다"면서 "무거운 심정으로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도 청와대는 국정운영의 동력이 생긴 데 대해선 반기는 모습이 역력하다.

다른 한 관계자는 "향후 당청이 좀더 긴밀한 협력체제를 구축하게 될 것"이라며 "새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을 강력하게 밀어붙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종로구 청운동 국립서울농학교에 마련된 투표장에서 한 표를 행사한 뒤 "모든 후보들이 수고 많이 했다"며 "국민의 뜻이 항상 정치보다 앞서간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선거도 국민의 뜻이 잘 반영될 것이며 국가 발전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정이 어렵지만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덧붙였다.

부인 김윤옥 여사와 함께 투표장을 찾은 이 대통령은 일부 시민들이 자리를 양보하자 "줄을 서서 해야지.먼저 하세요"라고 사양한 뒤 주민등록증을 꺼내 본인 확인을 하고 투표 용지를 받아 기표소로 들어갔다.

이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농담조로 "누구 찍었느냐고 안 물어보나"라고 말해 주위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 대통령은 투표 후 인근 해장국집에서 예정에 없던 '깜짝 조찬'을 가졌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