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반토막 났던 베트남 증시가 정부의 극약처방으로 회생 조짐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호찌민 증시의 비나(VN)지수는 지난 9일까지 열흘 연속 상승하며 11.0% 오르는 강세를 보였다.

10일엔 그동안의 상승에 따른 차익매물이 일부 흘러나오며 1.14% 하락한 545.73에 마감했다.

비나지수는 3월25일 486까지 떨어져 2006년 8월 이후 최저치로 추락했지만,같은 달 27일 베트남 정부가 하루 주가 상·하한가폭을 종전의 5%에서 1% 이내로 묶는 극약처방을 낸 데 힘입어 바닥을 치고 강한 상승세를 보여왔다.

베트남 정부는 투자심리가 안정되는 조짐을 보이자 지난 7일 주가 변동폭을 2%로 다시 올렸다.

고니시 아유미 아시아개발은행(ADB) 베트남사무소장은 "정부의 강력한 증시 안정 대책에 투자자들이 믿음을 갖기 시작했다"며 "이 같은 추세가 열흘 정도 더 유지되면 베트남 증시는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오재열 한국투자증권 중화시장팀장도 "베트남 정부가 금리 인하 등 통화 긴축을 완화하면서 유동성이 부족했던 상황이 다소 진정되고 있다"며 "이 같은 국면이 지속되면 베트남 증시는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오 팀장은 "베트남에 작년 한 해 동안 유입된 외자가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26%에 이르고 은행권 예금 중 32%가 외화자금일 만큼 외화가 넉넉한 상황이지만 긴축에 따른 현지 통화(동화) 부족으로 주식에 투자하려고 해도 환전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이 같은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베트남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 2월 1995년 이후 최고 수준인 15.7%를 기록하는 등 인플레가 위험 수위로 치닫고 있어 통화 긴축이 다시 강화될 경우 증시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