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경기 바닥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 경기가 상반기를 바닥으로 하반기부터는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다른 쪽에서는 미 경기가 장기 침체에서 빠져나오기 힘들 것으로 전망한다.

한쪽은 바닥을 쳤거나 지나고 있다는 입장인 반면 다른 한쪽은 바닥이 멀었다는 시각이다.

상반기 바닥론을 주장하는 입장은 미 경기가 하반기부터 서서히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을 깔고 있다.

비록 1분기와 2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해 경제성장률이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인 경기침체에 빠지더라도 하반기부터 회복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미 경제도 최악의 상태를 지났거나 지나고 있다는 얘기다.

이들의 시각은 이른바 '가벼운 침체론(mild recession)'으로 요약된다.

"미 경제가 상반기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가능성이 있지만 하반기에 회복할 것"이란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대표적이다.

골드만삭스 등 월가 투자은행들도 미 경기가 상반기 마이너스를 기록한 뒤 하반기에는 플러스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9일 세계 경제 전망을 발표한 국제통화기금(IMF)도 "미 경제가 올 가벼운 침체에 빠졌다가 내년부터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IMF는 미국의 올 1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 0.7%,연간 성장률이 0.5%를 각각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IMF는 내년 미 성장률이 0.6%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로렌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뉴욕의 하버드클럽 연설에서 "월가를 강타한 최악의 상황이 지나갔다는 판단을 믿을 만한 근거들이 있다"면서 "내년 1월쯤 미국 경기가 다시 살아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해 '가벼운 침체론'에 힘을 실었다.

미 경기의 침체 상태는 이제 시작일 뿐이며 이번 침체는 어느 때보다 길 것이란 분석도 만만치 않다.

이른바 '장기 침체론'이다.

'헤지펀드의 대부'로 불리는 조지 소로스와 앨런 그린스펀 전 FRB 의장,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 등이 이런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미 경기침체 여부를 공식적으로 판단하는 전미경제연구소(NBER) 소장을 맡고 있는 펠드스타인 교수는 "미 경기는 작년 12월이나 올 1월부터 침체에 빠지기 시작했다"며 "이번 침체의 시기는 가장 최근에 있었던 두 번의 경기침체(6개월)보다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소로스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손실이 1조달러를 넘을 수 있다"며 "최근의 위기는 대공황 이후 최악"이라고 진단했다.

물론 경기 바닥론을 논하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상당하다.

최근 발표되는 경제지표가 대부분 좋지 않다.

하지만 지난 2월 기존주택 판매 실적이 7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고 2월 도매재고도 예상보다 괜찮은 수준을 나타냈다.

신용위기가 최악을 지났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금융회사들도 잇따라 자금조달에 성공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경기도 바닥에 다다른 게 아니냐는 희망 섞인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이런 시각이 잘못된 것으로 판명될 수도 있지만 뉴욕 증시의 하방경직성을 강화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