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상가, 우후죽순 들어서더니…'쭉정이 상가' 전락
노후 대비로 서울 미아4동의 A패션테마상가(패션몰)에 투자한 김정덕씨(가명·56)는 요즘 밤잠을 설치고 있다.

1억8000만원을 들여 A상가 4층에 2개 점포(26㎡,약 8평)를 분양받았지만,상가가 개장한 지 반 년이 넘도록 임대가 안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상가는 현재 극장과 일부 식음료 점포층만 상권이 형성됐을 뿐 패션점포가 밀집된 층의 경우 상권은 고사하고 점포의 절반 이상이 비었다.

이로인해 김씨는 분양 당시 시행업체가 주장했던 월 150만원의 임대수익은커녕 매달 상가 관리비(30만원)와 은행대출이자(32만원)만 꼬박꼬박 물고 있다.

10일 관련업계 따르면 최근 수년간 테마상가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면서 작년부터 올해까지 공급된 테마상가들은 심한 분양 저조와 상권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상가개발업계 관계자는 "2004년의 경우 전국에서 73개의 대형 테마상가가 개장할 정도로 공급물량이 급증했다"며 "수도권 일부 상가는 지금까지도 임대 부진으로 상가 전체가 슬럼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작년 9월 개장한 서울 대현동 이대 앞 Y테마상가는 지하 1층과 지상 1층 일부 점포만 임대가 됐을 뿐 나머지 층은 대부분 비어 있다.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는 "이대 상권이 예전에 비해 크게 축소됐는 데도 테마상가는 오히려 늘어난 게 화근"이라고 말했다.

테마상가 중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 M상가도 마찬가지다.
테마상가, 우후죽순 들어서더니…'쭉정이 상가' 전락

2006년 신촌 민자역사 개장과 함께 들어선 '신촌 M상가' 1층엔 신발,안경,액세서리 등 잡화점포만 보였다.

인근 캠퍼빌공인 대표는 "지상 4층 1.5평짜리 점포가 8500만원 선에 분양됐는데,임대수입은 개발업체가 선전했던 수준의 절반인 50만원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백화점식 패션테마쇼핑몰 컨셉트를 내세우며 2005년 서울 서초4동 강남역 앞에 건립된 A테마상가는 현재 영화관과 학원,식당가 등 일부 근린생활점포만 간신히 상권을 유지하고 있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한 층에 35명의 투자자들이 많게는 수억원씩 내고 점포에 투자했는데,개장 이후 3년간 변변한 임대수익 한번 내보지 못해 거의 폭발 일보직전"이라고 전했다.

요즘 한창 분양에 열을 올리는 테마상가들도 미래가 불투명하기는 마찬가지다.

경기 고양시 일산 장항동에 짓는 'SK엠시티'를 비롯해 오는 6월 동대문운동장 맞은 편에 들어설 '굿모닝시티',인천 주안1동의 '아이하니',인천 논현지구의 '칼리오페',서울 은평구 대조동의 '팜스퀘어' 등도 주변에 상가가 과잉 공급된 상태여서 임대수익을 원하는 대로 낼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공급과잉에 따른 후유증으로 개발업체가 부도를 맞거나 점포 주인이 경매시장으로 넘긴 상가나 점포도 크게 늘고 있다.

경매정보업체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 1분기 경매시장에 나온 상가(테마.근린상가 포함.3층 이상 구분등기 돼 있는 상가 기준)는 8056건으로 작년 동기의 6139건보다 약 30% 늘었다.

이처럼 경매물건은 늘고 있는데 투자자들은 오히려 줄고 있어 낙찰률도 크게 떨어졌다.

지난해 1분기 23%에서 올해는 19.5%로 감소했다.

테마상가의 몰락은 전체 상가시장의 거품이 걷히는 시발점이 될 수도 있다.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테마상가 점포는 분양가가 과다 책정돼 연간 수익률이 2~3%에 불과한 정도로 저조한 사례가 상당하다"며 "테마상가뿐 아니라 근린상가와 단지내상가도 투자수익률 격감 등으로 상가시장 전체에서 거품이 빠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