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어제 기준금리 운용목표를 현 수준인 연 5.00%에서 유지키로 했다.

작년 9월 이후 8개월째 동결(凍結)한 셈이다.

이날 금통위는 18대 총선이 치러진 바로 다음날 열린 만큼 큰 관심을 끌었다.

총선 이후 경제정책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무엇보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간 소위 '금리논쟁'이 벌어진 지 얼마 안된 시점에 열려 더욱 이목이 집중됐다.

게다가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내수진작 정책을 주문한 것과 관련, 금통위가 이번에는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기도 했다.

한은은 일단 '동결'이라는 선택을 했다.

표면상으로는 종전의 입장을 관철한 듯하다.

그렇지만 이 같은 결정을 내리기까지 많은 고민을 한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이 총재는 "앞으로 경기가 둔화될 가능성이 여러 군데서 보인다"고 토로했다.

이는 "경기 상승기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난달 입장에서 상당히 후퇴한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물가가 높은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는데다 유동성 증가율이 높고 부동산 가격이 일부지역에서 오름세가 확대된 점도 지적했다.

결국 종전과 달리 경기 둔화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을 인정했지만 물가상승 압력이 만만치 않은 만큼 일단 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키로 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금통위의 금리 동결에 대해서는 기존의 금리 논쟁(論爭)과 유사한 찬ㆍ반론이 여전하며 모두 일리 있는 지적들이다.

그러나 세계 경제 침제 가능성이 점점 커지는데다 이런 상태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는 상황을 감안하면 향후 경제정책은 경기를 살리는 쪽에 좀 더 무게를 두어야 한다는 게 우리 생각이다.

물론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 압력은 여전하다.

그렇지만 이는 모든 나라에 공통된 현상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금리정책은 조심스럽지만 경기상황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 한은 총재가 "인플레 우려를 무시할 수 없지만 앞으로는 물가상승 압력이 낮아질 것"이라고 말한 부분도 앞으로 좀 더 유연한 통화정책을 운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다만 모든 정책에는 시차가 있는 만큼 그 시기가 너무 늦어져서는 곤란하다는 점도 함께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