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억은 사투리라고 해서 함부로 떼어 버릴 것이 아니라고 했다.

"경상도 친구들의 '할락한다'는 말에는 정다운 어조가 깃들어 있고,'드러운 것'의 목소리에는 충청도의 감성을 느끼게 되고,전라도의 면목은 '히보랴면 히보라구'하는 데서 나타난다.

" 그는 "이것을 보더라도 표준어만을 고집하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하냐"고 반문한다.

표준말 얘기가 나오면 열을 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 '표준어 규정'에 '교양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을 표준말로 못박아 놓아서다.

따라서 사투리를 쓰는 사람은 세련되지 못하고 격을 갖추지 못한 열등한 지위에 있는 사람을 지칭하는 꼴이 됐다.

사투리라는 것은 지역적인 격리성으로 생겨나 생활ㆍ문화적인 요소가 짙게 배어 있는 언어다.

때문에 그 집단의 연대의식을 길러주는 역할도 하는데 지방 특유의 이런 방언을 무조건 매도할 수 있을까 싶다.

노벨상감으로 오르내리는 박경리의 '토지'에는 팔도 사투리가 어우러져 있고,조정래의 '태백산맥'에 나오는 남도 사투리는 향내가 날 정도다.

그동안도 표준어에 대한 시비는 끊이지 않다가 2년 전에는 헌법소원까지 제기됐다.

지역말 연구모임인 탯말두레가 중심이 돼 "현행 표준어 규정과 국어기본법,초중등기본법 등이 헌법에 보장된 행복추구권과 평등권 및 교육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요구한 것이다.

판결에 따라 서울말 위주의 어문정책이 달라질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사실 표준말은 한 사회에서 통용되는 말이나 글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그러나 일률적으로 어문규정에 집착하다 보면 자칫 살아 있는 언어를 사장시킬 위험성이 농후하다.

다양한 표현력을 기르고,지방민들끼리의 친밀감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사투리는 충분한 존재의미가 있다.

영어처럼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선택한 말이 사전에 올라 표준어로 자리매김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