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10일 한반도대운하 사업의 추진 여부에 대한 공식 입장은 변한 게 없다고 밝혔다.

국민 여론을 충분히 수렴하고 동의 과정을 거친 뒤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내부적으론 "해야 한다"는 쪽에 무게 중심이 실려 왔다.

홍보동영상을 제작하거나,민·관이 참여하는 한반도대운하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만들기로 하는 등을 보면 이런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총선 이후엔 다른 기류도 감지된다.

선거 결과가 운하를 강하게 밀어붙일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내 내심 곤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대운하위원회 만들기로

청와대는 당초 경쟁력강화위원회 산하에 한반도대운하 추진단을 두기로 했다가 방침을 수정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날 "경쟁력강화위원회 소속으로 만들기로 했던 한반도대운하ㆍ새만금사업ㆍ과학비즈니스벨트 추진단 등을 따로 떼내기로 했다"며 "한반도대운하는 대통령 직속기구로 하되 청와대 밖에 독립적인 형태의 위원회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국민 홍보에서부터 국민여론 수렴 과정,기술적,환경 문제 등에 이르기까지 대운하 사업의 업무가 워낙 방대하다 보니 독립화된 기구를 만들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별도의 위원회를 설치한다고 해서 반드시 대운하 사업을 하겠다는 뜻은 아니며,최종 결정은 국민 여론에 따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별도의 위원회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여론 수렴 등의 절차는 거치지만,추진은 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강하다.

◆추진 동력 약화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야당과 시민단체의 반대가 심한 가운데,한나라당에서도 이재오,박승환 후보 등 대운하 추진의 '전위대'역할을 해온 핵심 의원들이 낙선하는 바람에 청와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과반 의석을 턱걸이한 데다,박근혜 전 대표 측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대운하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상황이다.

야당이 강하게 반대하는 속에서 한나라당이 확실히 뒷받침을 해주지 못할 경우,특별법을 만들어 대운하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은 자칫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런 정황을 감안한 듯,청와대의 한 핵심 참모는 "하긴 해야 하는데,답답하다"고 말했다.

별도의 위원회를 만드는 것에 대해서도 방안만 제기 됐을 뿐 후속조치들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참모는 "위원회를 언제 만들고,누구를 참여시키는 등의 후속 조치에 대한 진전이 안되고 있다"며 "선거 결과로 동력이 약화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날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국민들이 바라는 일 가운데서 '쉽게 할 수 있는 일'부터 먼저 처리하자"라고 말한 것을 두고 대운하 등 이른바 '논란성' 정책들은 일단 후순위로 미루겠다는 방침을 시사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