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18대 총선 개표방송에서 MBC 최일구 앵커의 거침없는 입담과 재치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잡았다.

2004년 만두 파동 당시 “만두의 옥석이 가려지고 있으니 이제 만두 먹어도 되는 거 아니냐. 우리도 저녁 시켜먹었다”는 말로 얻은 '최일구 어록'이 또 다시 탄생한 것이다.

이날 김주하 앵커와 함께 공동 진행자로 나선 최 앵커는 “근엄하고 딱딱하다는 개표방송의 편견을 깨겠다. 그런 걸 바라고 진행을 맡긴 것 아니겠느냐”면서 특유의 재치를 담은 입담을 쏟아냈다.

최 앵커는 “(시청자들은) 밤이 늦었지만 아직 자면 안된다. 눈을 뜨고 지켜봐야 국민이 무섭다는 걸 알고 정치(를 잘)할 것”이라며 정곡을 찔렀다.

그러면서 “국회의원은 공무원 보다 더 머슴이 돼야한다. 공무원은 시험 봐서 되는 것이지만 국회의원은 국민이 뽑아 줬기 때문”이라고 말해 시청자들의 마음을 후련케 했다.

당선자들과의 인터뷰에서도 최일구 앵커 특유의 재치 있는 엉뚱함은 계속됐다.

그는 이재오 후보를 누른 문국현 당선자와의 인터뷰에서 “제가 은평구에 있는 대성고등학교 출신인데 은평에 불광천은 있는데 대운하는 없다. 그런데 어떻게 대운하를 이슈로 만들 생각을 했느냐?”라는 질문을 던져 웃음을 자아냈다.

또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와는 “17대 대선에서 ‘국민 여러분 살림살이 나아지셨습니까. 행복하십니까’란 어록을 남겼는데 이번엔 어록이 안 들리더라”고 말을 걸었다.

이에 권 후보가 그 어록은 17대 총선이 아닌 2002년 대선에서 나온 말이었다고 지적하자 다소 당황하는 듯 하더니 곧 이어 "제가 기자를 하며 여러 부처를 출입했지만 국회는 가보질 못했다. 국회의원을 하면 뭐가 가장 좋은가"라며 다시 엉뚱한 말을 꺼내 당황스럽게 했다.

최 앵커는 당선이 확실해진 이상득 한나라당 후보에게는 “후보님 지역구에 울릉도도 포함돼 있지 않습니까. 울릉도엔 다녀오셨나요?”라며 갑작스러운 질문을 던졌다.

또 추미애 통합민주당 후보에게는 “강금실 선대위원장은 ‘엄지 춤’을 추던데 후보님은 무슨 춤을 추셨나요?”라는 이외성의 질문을 던졌다.

홍준표 한나라당 후보와의 통화에서는 “지난 대선에서 BBK '창' 역할을 하셨다”며 ‘방패’를 ‘창’으로 잘못 말해 홍 후보로부터 지적을 당하는가 하면 “BBK를 Bravo Bravo Korea로 만들면 좋겠다”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홍정욱 한나라당 후보와의 통화에서는 “아버지(영화배우 남궁원)보다 마이클 더글라스가 더 멋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야말로 쌩뚱맞은 질문에 빈정거리는 듯한 입담도 적지 않았다.

이어 다른 당선자들과의 인터뷰에서는 "내일도 시장에 갈 생각이냐" "국민들은 작은 것에 감동한다" "국회에서 싸우지 말고 열심히 해 달라" 고 당부했다.

아울러 그는 새 정부에 대한 질타도 쏟아냈는데 현 정부의 영어 정책에 대해 “스튜디오가 판타스틱하고 엘레강스한 것 같다”, “(서번트(Servant), 오렌지(Orange) 등을 직접 발음해보며)죄송하다. 영어교육을 못 받아서”라고 말하는 등 가시 돋친 멘트를 내뱉기도 했다.

어쨌던 지상파 3사의 18대 총선 방송 중 MBC의 시청률은 10.2%(TNS미디어코리아 전국집계 기준)로 KBS 1TV 9.8%와 SBS 6.0%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