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적 산뜻한 분위기로 1분기 어닝시즌이 시작됐다. 지난 10일 LG디스플레이가 사상 최대실적을 내놓았고, 신세계도 양호한 실적을 발표한 데 힘입었다.

실적시즌이 돌아왔으니 시장의 관심은 단연 좋은 실적을 내놓은 종목들의 개별 주가 상승 혹은 지수 견인 여부일 것이다.

이날 나온 증권사들의 견해를 보면 우리 기업들의 실적만 놓고 보면 좋아질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제시됐지만, 다소 우울한 미국 기업들의 실적이 우리 기업들의 주가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도 눈에 많이 띄었다.

경기침체 영향에 따른 미국 기업들의 실적 부진은 결국 우리 증시 수급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외국인이나 기관, 개인 등 투자주체들의 투자심리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굿모닝신한증권은 최근 반등으로 외국인과 기관의 차익실현 압력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점, 그리고 옵션만기일이었던 지난 10일에 외국인들이 최근 3주간 최대 규모인 4400억원대의 순매도한 것, 투신권이 지수가 1700선을 넘어선 이후부터 뚜렷하게 매도우위로 돌아선 사실 등을 지적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순환매 현상이 단순한 가격 메리트때문만이 아닌 실적 개선전망에 기인한 이유 있는 순환매”라며 실적이 이끄는 반등을 기대했다.

그러나 이 기대감은 기관의 수급 회복 여부가 중요하다는 제한적인 의미였다. 프로그램을 제외하고는 기관이 이렇다 할 매수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 국내주식형펀드의 차익실현 조짐도 다소 찜찜한 부분으로 언급했다.

지난해 미국에서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에서 촉발된 금융위기가 시작된 후 우리 증시는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해외 분위기에 따라 주가 동조화 현상을 보여왔다. 국내보다 외부 요인의 영향이 워낙 크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래도 실적시즌만큼은 한번 욕심을 내본다. 뛰어난 실적을 낸 기업을 중심으로 우리 증시가 미국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주가흐름을 보였으면, 하는 기대다.

한경닷컴 이혜경 기자 vix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