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많은 사람들이 '강 건너 불' 정도로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세계 금융시장을 뒤엎는 거대한 쓰나미가 됐고 한국 금융시장 역시 격랑에 요동치는 일엽편주 처지가 됐다.

미국에서 촉발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는 작년 하반기 이후 여러 사례를 통해 가공할 만한 파괴력을 과시했다.

메릴린치,씨티그룹 등 국제 금융시장의 글로벌 플레이어들이 일격을 맞아 휘청대고 있고 베어스턴스는 아예 링 위에 누워버렸다.

문제는 그 충격파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이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파격적 금리 인하와 구제금융 조치로 급한 불은 껐지만 언제라도 다른 희생자가 나올 수 있다는 두려움은 가시지 않고 있다.

그 두려움은 사태의 진원지인 미국 금융시장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태평양 건너 한국의 투자자들도 서브프라임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두려움을 이겨내려면 우선 그 두려움의 실체를 파악해야 한다.

'21세기 경제 괴물,서브프라임의 복수'(에가와 유키오 지음,김형철 편역,선암사)는 이런 점에서 국내 금융시장 관계자뿐만 아니라 일반 투자자들에게도 권할 만한 책이다.

이 책은 도이치증권 자산유동화리서치 부문 전무로 재직 중인 에가와 유키오의 저서 '서브프라임 문제의 교훈'을 골간으로 편역자가 국내 독자들을 위해 추가한 전문가 기고문과 전문가 좌담 등을 덧붙인 것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대한 관심사는 크게 두 가지로 집약된다.

하나는 이번 사태가 어떻게 일어나게 됐는가이고,또 하나는 이번 사태가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그에 상응하는 투자전략은 무엇인가라는 것이다.

첫 번째 주제와 관련해서는 이 책의 제1부 '미국발 금융 대지진'과 2부 '서브프라임 사태 왜 일어났나',3부 '서브프라임 문제의 전모'를 통해 얼개를 파악할 수 있다.

미국 주택담보대출 시장의 구조와 주택담보대출이 파생상품을 통해 증권화되는 시스템,그것이 세계 금융시장으로 연계되는 메커니즘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준다.

일례로 2부에 실린 부동산 재야고수 '아기곰'의 기고문은 이번 사태가 2001년 3월부터 시작된 FRB의 초저금리 정책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하고 이후의 전개 과정을 31단계 플로차트로 조목조목 해설한다.

4부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의 교훈'과 5부 '신용등급평가의 역할',6부 '증권화란 무엇인가'에서는 앞에서 파악한 기본 얼개를 더욱 깊게 이해시켜준다.

두 번째 주제에 대해서는 7부 '서브프라임 사태와 한국 경제',8부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투자전략'이 명확한 답을 제시한다.

특히 투자전략과 관련해서는 체리 피킹(저평가 국가의 주식에 투자),피라미딩(주식을 살 때마다 투자금액을 동일하게 유지해 주가가 올라갈수록 피라미드처럼 매입주식 수를 적게 가져가는 방법) 등 슈퍼 리치들의 투자기법을 소개하면서 국내 전문가 좌담까지 수록해 향후 전개 과정을 가늠하게 한다.

말미에는 서브프라임 관련 용어 해설을 부록으로 곁들여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투자자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심리적 요소는 '탐욕'과 '공포'라고들 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가 미국 주택시장에 버블을 야기한 탐욕의 결과라면 버블 붕괴에 따른 두려움을 극복하는 길은 이 사태의 전모를 파악하는 데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271쪽,1만3000원.

김지완 하나대투증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