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희(李相憙) 국방장관은 11일 새 정부 출범 후 첫 번째 전군 주요지휘관회의를 주재하고 정예화된 선진군대를 향한 비전을 선포했다.

이 장관은 이날 오전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회의에서 10여 분간 진행된 '정예화된 선진 강군을 향하여'라는 주제의 기조연설을 통해 "선진군대를 향한 우리 군의 모토를 '전투복을 입은 자는 전투 위치로'로 정했다"면서 "우리 군이 지향해야 할 미래비전의 핵심은 바로 선진화에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 장관은 "군의 존재 목적을 경시하고 강한 군대 보다는 편한 군대를 선호하고 마치 편한 군대가 민주 군대인 것처럼 착각하고 있다"고 우리 군의 현실을 진단한 뒤 선진군대를 향한 4가지 구비조건을 제시했다.

먼저, 이 장관은 "선진군대란 비전투분야에 대한 관리업무는 문민이 뒷받침하고 군복을 입은 군인은 오로지 전투임무에만 전념하는 군대"라며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군이 전투임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 정비, 수송, 시설, 토지, 환경 등과 같은 비전투분야에 대한 관리업무를 문민이 담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민기반으로 절감된 병력은 전투부대의 완전성 보장을 위해 전환할 수 있고 국가적으로는 민간인력의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 장관은 강조했다.


이 장관은 미래전장에 부합하는 정예화된 군대 건설을 두 번째 조건으로 제시했다.

그는 "선진군대는 병력위주의 양적 재래식 군대가 아닌, 미래 전장에 부합하는 완전성을 갖춘 정예화된 군대를 말한다"면서 "불완전한 수십 개 사단 보다는 비록 부대 수는 적더라도 기능을 100% 발휘할 수 있는 완전성을 갖춘 군대가 필요하고 실제로 싸워서 이길 수 있는 부대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국방개혁을 추진함에 있어서 전략, 작전, 전술적 효율성을 판단의 기준으로 삼아 군 구조와 전력의 병행발전을 추구하되, 예산확보와 연계해 조정돼야 한다"며 "지난 60여년 간의 임시방편식 보완개념에서 벗어나 남북 대치상황을 넘어 통일 후까지 내다보면서 군의 미래 모습을 조형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미래전 수행을 위한 필수 전력 및 관련 예산 확보가 뒷받침되지 않는 한 '국방개혁 2020'의 핵심 내용인 군 구조개편을 미룰 수 있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또 이 장관은 세 번째 조건으로 "관행이나 어설픈 상식이 아닌 법과 규정, 절차에 의해 움직이는 군대를 건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이 장관은 "국방부와 각 군 본부는 규정을 구체화해 예하부대의 부담을 줄이고 예하부대는 적당주의와 권위주의적 업무방식이 아닌 규범과 제도에 기초해 필요한 사항을 시스템화하고 그 시스템이 자동으로 가동되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마지막으로 "선진군대가 되려면 전시위주ㆍ행정적 군대가 아닌, 효율적이면서 전문화된 군대가 돼야 한다"면서 "보여주기식, 실적위주의 불필요한 행정을 척결하고 권위ㆍ형식ㆍ비효율적 방식을 완전히 제거해 오직 어떻게 싸워 이길 것인가 만을 생각하고, 준비하고, 훈련하는 군대가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장관은 "부대는 오늘 밤 당장 전투가 개시되더라도 승리할 수 있는 부대가 되고, 군인은 그것을 감당할 수 있는 전투 전문가, 전문 싸움꾼이 돼야 한다"며 "이것이 나의 비전이고 희망"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회의는 북한군 동향 및 군사대비태세 보고, 국방정책기조 설명, 토의 순으로 진행됐다.

회의에는 김태영 합참의장, 임충빈 육군총장, 정옥근 해군총장, 이성출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오창환 공군참모차장을 비롯한 군단장급 이상 지휘관 및 직할부대장, 기관장 등 140여명이 참석했다.

전군 주요 지휘관 및 기관장들은 회의가 끝난 뒤 청와대로 이명박 대통령을 예방하고 오찬을 함께 할 예정이다.

이날 오후에는 김태영 합참의장 주관으로 1.3군사령관, 제2작전사령관 등 각 군의 주요 작전부대 지휘관들이 참석하는 합참 주요 지휘관회의가 개최된다.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three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