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의 조사 결과 애플은 아이폰으로 세계 10대 휴대폰 회사의 반열에 올랐다.

통신 분야에 경험이 없던 애플이 어떻게 휴대폰 시장을 공략했을까.

발상은 아주 단순했다.

휴대폰에 MP3 기능을 얹은 게 아니라 MP3에 전화 기능을 얹은 것.휴대폰에서 중요한 기능이 음악과 같은 엔터테인먼트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을 재빨리 읽어낸 결과였다.

'시장을 창조한 기업들'(에릭 요컴스탈러 지음,송택순 옮김,살림Biz)의 저자는 그래서 "고객이 답이다"라고 강조한다.

당장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제품에 신경 쓰기보다 소비자의 삶에서 수요를 찾고 시장을 만들라는 얘기다.

그는 이 책에서 혁신과 성장을 기업의 DNA로 뿌리내리게 한 기업들의 사례들을 통해 '고객우위'라는 명제를 어떻게 실현할지를 제시한다.

변화하는 고객의 요구를 정의하고,고객의 요구에 부합하는 최적의 시장을 찾아내며,이를 위한 행동전략을 세우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첫 번째 조치는 고객의 삶 속에 들어가 보는 것.1980년대 일본 기업의 추격에 밀려 해고당할 위기에 놓였던 인텔의 앤드루 그로브가 동료인 고든 무어에게 했던 말이 의미심장하다.

"자네와 내가 저 문을 걸어나갔다가 돌아와서 우리가 직접 하면 안 될까?" 메모리칩 시장에서 세계 최고를 자랑하던 인텔은 성공의 전리품에 취해 시장의 변화를 읽어내지 못했고 경쟁에서 밀렸다.

그래서 '문 밖으로' 걸어나간 그로브는 다시 고객이 됐고,메모리칩에서 마이크로프로세서로 핵심 사업을 변경해 인텔을 초일류 기업으로 되살렸다.

저자는 "고객우위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상호작용하는 고객들의 니즈,원츠,환상,욕망과 충동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의 관심사,프로젝트,활동 및 관련된 일들을 하나의 생태계처럼 이해하라"고 조언한다.

380쪽,1만7000원.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