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는 '노 버디'에 시무룩했고,탱크는 막판 '더블 보기'에 안타까워하고….
남자골프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제72회 마스터스골프토너먼트 첫날 타이거 우즈(미국)와 최경주(38·나이키골프)가 나란히 이븐파 72타를 쳤다.
공동 1위 저스틴 로즈(영국)와 트레버 이멜만(남아공)에게 4타 뒤진 공동 19위다.
11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GC(파72) 15번홀(파5·길이 530야드).우즈의 세컨드샷이 그린프린지에 멈췄다.
홀까지는 약 7.5m.세 번째 웨지샷이 홀 속으로 사라지자 갤러리들의 함성이 터져나왔고,우즈는 '어퍼 컷' 세리모니로 화답했다.
우즈는 그러나 그 이글 외에 이날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13번홀(파5·길이 510야드)에서는 4번 아이언 세컨드샷이 그린을 오버한 뒤 세 번째 피치샷을 실수,6타(4온2퍼트) 만에 홀아웃했다.
이 홀 평균타수는 4.67타로 18개홀 중 가장 쉬운 곳으로 나타났는데 세계 랭킹 1위가 '버디 홀'(총 39명 기록)에서 '보기'를 한 것.설상가상으로 14번홀(파4)에서는 티샷이 숲에 떨어져 두 번째 보기를 기록했다.
15번홀 이글이 그나마 황제의 체면을 세워주었으나,지난해 5월11일 플레이어스챔피언십 1라운드(75타) 이후 11개월 만에 '노 버디 플레이'를 하고 말았다.
마스터스에서 그가 버디 없이 18홀을 마치기는 2003년 1라운드(76타) 후 5년 만이다.
하지만 그의 우승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마스터스 첫날 우즈는 60타대를 친 적이 없다.
언더파를 친 것도 프로 전향 후 올해까지 12년 동안 네 차례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네 번이나 '그린 재킷'을 걸쳤다.
그 중 두 번은 첫날 선두와 3타차였고,한 번은 5타차,또 한 번은 7타차였다.
선두와 4타차인 올해도 그의 첫날 스코어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시기상조인 셈.우즈는 경기 후 "오늘 샷도 좋았고 퍼트도 좋았다.
다만 결정적인 퍼트가 몇 차례 홀을 외면했을 뿐이다.
버디를 못하면서도 참을성을 잃지 않았다.
이곳에서는 참고 기다리면 그 보답이 따른다"고 말했다.
최경주는 15번홀까지 2언더로 잘 나가다가 16번홀(파3·길이 170야드)에서 한꺼번에 2타를 잃었다.
16번홀은 그린 앞과 왼편에 워터해저드가 기다랗게 있고 언듈레이션이 심한 홀.2005년 대회 최종일 우즈가 기막힌 '칩 인 버디'로 우승의 발판을 마련한 홀이다.
이날 깃대는 왼편에 꽂혔다.
오른쪽을 겨냥했다가는 급한 내리막 퍼트를 해야 하므로,최경주는 7번 아이언으로 홀을 곧바로 겨냥했으나 볼은 깃대 왼편 둔덕에 맞고 물로 들어가고 말았다.
3온2퍼트로 더블 보기.최경주는 "첫날 이븐파가 목표였다.
54홀이나 남았다"며 실망하지 않는 표정이었다.
세계 랭킹 9위 로즈는 4언더파 68타를 친 끝에 2004,2007년에 이어 이 대회 세 번째로 1라운드 선두에 나섰다.
공동 1위 이멜만은 이날 버디만 4개 잡았다.
94명의 선수 가운데 첫날 '노 보기'를 한 것은 이멜만과 스티븐 에임스 단 두 명뿐이었다.
51회째 이 대회에 출전한 게리 플레이어(72·남아공)는 11오버파 83타로 최하위였으나 가장 많은 박수를 받았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