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지역에서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 공포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구멍 뚫린 당국의 방역체계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당국의 강력한 '방역작전'에도 불구,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곳곳에서 Al 감염 가축들이 반출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일 전북 정읍의 AI 발생농장에서 오리 6500마리가 전남 나주 도축장으로 유출된 데 이어 같은 농장의 오리 1500마리가 개 사료용으로 반출된 것이 11일 확인됐다.

AI 판정을 받은 살처분 대상은 무조건 매몰 처리돼야 한다.

살처분 대상이 반출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데 대해 당국은 "농장주인을 밀착감시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니냐"며 '불가항력'임을 강변하고 있다.

일처리가 이처럼 허술한데도 당국은 "확산방지와 방역대책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믿어 달라"는 똑같은 '레퍼토리'만 되뇌고 있다.

방역인력 확보계획도 주먹구구식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전북에서는 닭과 오리의 살처분 범위가 급증하면서 일손이 크게 달리고 있다.

214만마리에 달하는 닭과 오리의 적기 살처분을 위해서는 최소 연인원 1만명가량이 필요하다.

전북도는 우선 AI 발생지인 정읍과 김제의 공무원을 최대한 동원하고 나머지 12개 시군에서도 인력을 충원할 방침이다.

또 부족한 인력은 자원봉사자를 받거나 인력시장의 일용직 근로자를 동원하기로 하는 등 '임시방편'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이날 전북도 주관으로 열린 'AI 긴급 방역대책회의'에서는 일부 단체장들이 인력동원에 소극적인 군과 경찰을 성토하고 나서는 등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더구나 이날 참석한 한 관계자는 "AI가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는 것은 농가의 긴장도가 떨어진 탓도 있다"고 발언해 빈축을 샀다.

특히 유관기관간 불협화음은 눈살을 찌푸리게 할 정도였다.

허술한 방역대책과 인력부족 현상은 비단 어제 오늘만의 문제가 아니다.

AI가 발생하면 체계적인 확산 차단과 방역 매뉴얼이 제대로 있는지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정작 무서운 건 AI 공포보다도 무사안일한 당국의 태도"라는 한 농부의 목소리가 그저 예사롭게만 들리지 않는다.

광주=최성국 사회부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