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 투기수요 줄듯 … 집값 안정은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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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은 못 잡고 거래만 위축시키는 거 아닙니까?"
정부가 11일 서울 강북.경기 북부 집값 안정대책을 내놓고 세무조사에 전격 착수하자 강북 지역의 주택매매시장이 급속도로 얼어붙는 분위기다.
노원구 현지 부동산중개업소들은 "나왔던 매물이 급하게 거둬들여지고 매수세도 뚝 끊겼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번 대책이 집값 상승세를 막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강북의 경우 주택거래신고지역으로 지정해도 신고대상(전용 60㎡ 이상,6억원 초과 주택)이 거의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
소형주택 공급을 늘리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고 재개발 시기 조정은 주민 반발로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정부 단속으로 투기수요가 줄어드는 등 과열양상이 일시적으로 진정될 수 있지만 거래 위축이라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가수요 차단과 공급확대
앞으로 수도권에서는 요건만 충족하면 예외없이 주택거래신고지역으로 지정된다.
기본 요건은 △최근 한 달 집값 1.5% 이상 상승 △최근 3개월 상승률 3.0% 이상 △연간 상승률 전국 평균의 2배 이상 등이다.
해당되는 지역은 현재 서울 노원.도봉.강북.동대문.성북구,인천 계양구,경기 의정부.광명.남양주시 등이다.
신고지역이 되면 전용면적 60㎡(18평)가 넘는 아파트를 사고 팔 때 15일 안에 거래가를 신고해야 한다.
6억원 초과 주택은 자금조달 및 입주계획까지 내야 한다.
정부는 수급 안정을 위해 오는 9월 주택법 시행령을 고쳐 '준(準)사업승인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100가구 미만인 다세대.다가구주택은 놀이터 관리사무소 등의 설치 기준을 완화해 주고 층수도 더 높일 수 있도록 해주는 제도다.
도심에서 공급되는 전세임대,다가구매입 임대주택을 연 1만3000가구에서 2만가구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공공택지 용적률 상향(10~20%포인트)과 역세권 고밀개발 등을 통해 소형분양주택 공급을 연 4만가구에서 연 6만~7만가구로 확대한다.
◆주택거래신고제의 허점
정부가 이번 대책에서 국세청 세무조사와 함께 강력한 수단으로 삼은 주택거래신고제는 강북에서는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연구소장은 "노원·도봉·중랑구 일대 아파트 중 6억원을 넘는 비율은 2~4%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2004년 3월 말 도입된 주택거래신고제는 강남 중대형 아파트 및 재건축 주택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하지만 강북 집값은 중소형이 주도하고 있다.
그물을 쳐봐야 '물고기'(강북 중소형주택)가 모두 빠져나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실제 도봉구 창동 쌍용아파트 82㎡(25평)형은 지난달 말 3억3500만원에 거래됐고 109㎡(33평)형은 이번 주 5억1800만원에 팔렸다.
1년 전에 비해 5000만~1억원이나 올랐지만 거래가 가장 활발한 99~128㎡(30평대)형이 아직 6억원을 넘지 않는다.
방학동 일대도 30평대 초반 아파트가 5억원 선에 나와 있다.
노원구는 전체 14만9447가구 중 60%가량(8만7566가구)이 60㎡ 이하로 신고 대상에 아예 끼지도 않는다.
상계동 G공인 중개 관계자는 "호가가 지나치게 오르다보니 최근 보름간 거래된 물량이 3건에 불과하다"며 "신고지역 지정 예고에 국세청 단속까지 겹치면서 벌써부터 매물이 사라지고 매수 문의도 뚝 끊겼다"고 말했다.
이건호/정호진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