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11일 한나라당 내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조기 전당대회론을 일축하고 예정대로 7월에 치르는 게 좋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와 회동을 갖고 "정치 일정은 예측 가능해야 한다"며 이 같은 입장을 나타냈다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조기 전대를 통해 새 대표를 뽑자는 일각의 주장에 반대하며 강 대표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다.

이 대통령은 "최근 언론보도를 보니까 조기 전대 개최 등의 얘기들이 나오던데,강 대표께서 (불출마를 선언하는)자기 희생을 치러가면서 성공적으로 총선을 마무리했다"며 "강 대표의 임기가 오는 7월까지로 돼 있는 만큼 이를 채우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또 "강 대표가 책임을 지고 당을 추슬러야 한다.

17대 국회도 마무리하고,18대 국회 개원 준비도 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당분간 현행 체제를 유지하면서 충분한 시간을 갖고 당 전열을 정비해 나가겠다는 의중을 내비친 것이다.

조기 전대를 치를 경우 총선이 끝나자마자 당이 공천 갈등에 이어 또 권력 투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국민들에게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부담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이와 함께 수도권 압승에 대해 상당한 의미를 부여했다.

이 대통령은 "수도권 111석 가운데 80석 이상을 얻은 것은 수도권에서는 사실상 지역정서가 없어진 게 아니냐"며 "기대 이상으로 선전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초 언론에서는 170석 정도를 예상했지만 실제로 나는 150석도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다"며 "아쉽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는 그런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두 사람의 회동에서 박근혜 전 대표와의 화합 방안에 대해선 특별한 얘기가 오가지 않았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저녁 한나라당 총선 선대위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만찬을 가진 자리에서 "친이,친박이라고 하는데,아직도 경선 국면으로 착각하는 것 아니냐"며 "국내에 내 경쟁 상대가 있느냐.내 (경쟁)상대는 외국 지도자이고,내 관심은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탈당한 박 전 대표 측 의원들의 복당 문제 등 당 현안보다 자신은 국정 운영에 힘쓰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참석자들은 "대통령이 농담처럼 '친이라고 하기에,친 이재오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