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前총리의 "국회비준 더 늦춰선 안돼…쇠고기문제 해결이 급선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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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장래의 먹거리와 일자리를 제공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비준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습니다.
국회가 더 이상 시기를 놓치지 말고 서둘러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총선이 마무리된 만큼 이제 의원들은 국익을 생각해 결정을 내려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 전 총리는 자타가 공인하는 개방론자로 참여정부에서 FTA 정책을 사실상 주도했다.
그는 현재 미국 워싱턴에서 고촉통 전 싱가포르 총리,로버트 루빈 미국 재무장관 등 세계 21개국 전·현직 총리 및 재무장관들과 개발도상국의 지속가능한 개발 모델을 모색하는 '와이즈맨 클럽' 결산 세미나를 진행 중이다.
김정호 한국경제신문 경제부장이 한 전 총리를 전화로 연결해 한·미 FTA에 대한 현지의 분위기와 한국 정부 및 국회에 대한 제언을 들었다.
―미·콜롬비아 FTA 비준을 둘러싼 미 행정부와 의회의 대립이 심상치 않습니다.
"부시 대통령이 의회의 사전 동의 없이 이행법률안을 제출했어요.
전례없는 일인데,임기 중에 타결된 콜롬비아 한국 등과의 FTA를 마무리하겠다는 강한 의지라고 봐야 됩니다.
그런데 의회의 분위기가 만만치 않아요.
FTA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거든요.
일자리가 줄고 미국과 FTA를 맺은 상대국이 더 혜택을 본다는 겁니다.
의회가 곧바로 법안을 무력화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한 것도 그래서죠."
―다음 순서인 한·미 FTA 비준도 장기화되는 것은 아닐까요.
"한국은 큰 시장인 만큼 미국도 조심스럽게 접근할 겁니다.
의회와 행정부가 타협하지 못하고 파국으로 치닫게 되면 한·미 FTA에도 좋지 않은 영향이 있을 수 있어요.
그렇다고 절망적인 것은 아닙니다.
타협이 되면 최상이지만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경우엔 한·미 FTA 비준에 전력할 가능성도 있으니까요.
한·미 FTA는 미·콜롬비아 FTA와는 정치·경제적으로 전략적으로나 비교가 안 될 만큼 중요하다는 사실을 미국도 잘 알고 있습니다."
―민주당 대선 주자들은 여전히 FTA에 부정적인데 선거용이라고 보십니까.
"그런 시각도 있지만 자유무역 확대에 대한 미국 내 여론과 의회 분위기를 반영한다고 볼 수도 있어요.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FTA가 확대될수록 일자리가 줄고 양극화가 심해질 수 있다는 거죠.물론 미국으로서는 제조업에서 경쟁력이 있는 한국이 걱정은 되겠지만,농업이나 서비스부문에서 이익을 보는 분야도 적지 않은 만큼 반대만 하지는 않을 겁니다."
―미국 내 분위기를 보다 우호적으로 만들려면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요.
"쇠고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합니다.
행정부와 의회 내에서는 국제적으로 안전성을 인정받은 미국산 쇠고기조차 수입하지 않는 한국과의 FTA를 비준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매우 강해요.
FTA는 양국 간 무역과 투자를 자유화하고 서로 차별하지 말자고 하는 것인데 쇠고기라는 특정한 품목에 대해서도 해결되지 않는다면 이건 매우 심각한 차별이라는 겁니다.
2003년만 해도 수입량이 19만t으로 전체 쇠고기 수입량(28만t)의 약 3분의 2를 차지했죠.그러다 광우병이 발생했고 검역문제로 수입이 금지된 것이죠.하지만 미국은 작년 5월 국제수역기구(OIE)로부터 광우병에 대한 위험이 관리되고 있는 국가로 인정받았습니다.
양국이 검역문제를 충분히 논의한 만큼 조만간 결론이 나겠지요.
저는 검역에 문제가 없다면 수입이 재개돼야 마땅하다고 봅니다.
검역문제로 수입 중단된 쇠고기를 다시 수입하는 것인데,이걸 두고 새로 개방되는 것처럼 얘기하는 건 맞지 않아요.
사실 그동안 수입 중단으로 국내 쇠고기 값이 너무 올랐잖아요.
직장인들이 불고기 회식도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니까요.
저소득 계층 국민들도 싸고 안전한 쇠고기를 먹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17대 국회가 한·미 FTA 비준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십니까.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의원들께서 나라의 장래를 생각해 과감한 결정을 해 주실 걸로 믿어요.
한·미 FTA 비준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봐요.
비준동의안이 외교통상위원회에 상정돼 있는 만큼 국회의 절차를 가속화해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하고 싶어요.
돌이켜 보면 다른 FTA와 달리 한·미 FTA의 경우엔 교섭 과정에서 국회가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밤 12시를 넘기면서까지 28번의 회의를 통해 교섭내용을 점검하고 의견을 제시했었죠.공청회도 여러번 했고요.
이런 모든 과정을 고려해 국회가 시기를 놓치지 말고 결정해 줬으면 합니다."
―정치권에서는 5월 임시국회 소집이 어려울 것이란 얘기가 나옵니다.
새 정부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비준은 국민의 동의를 받는 것이라 교섭 이상으로 중요합니다.
새 정부는 우선 관련 상임위원회나 각 정당들과 협의 및 설득에 나서야 합니다.
의원들이 국익만 생각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정부 전체가 총력전을 펴야 할 때입니다.
물론 한·미 FTA를 지지하는 분들도 적극적으로 의사를 전달해야겠죠.쇠고기 문제 해결을 통해 미국이 한국의 통상정책을 더 신뢰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도 필요하고요.
한국은 고령화 사회로 들어가면서 성장 잠재력이 약화될 수 있는 위험요인을 안고 있어요.
국가의 총체적 생산성을 높여야 할 상황인 것이죠.그런 측면에서 개방과 경쟁은 우리나라를 투명하게 만들고 총체적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미 FTA를 포함한 개방정책도 그런 차원에서 봐 주시길 간곡하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새 정부가 추구하는 글로벌코리아도 같은 맥락이 아니겠습니까."
―정부는 미국 다음으로 유럽연합(EU)과의 FTA를 상반기에 체결한다는 입장인데요.
EU와의 FTA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요.
"관세율을 보더라도 미국의 승용차 관세율은 2.5%인 데 비해 EU는 10%거든요.
EU와 FTA가 되면 우리 경제규모는 FTA를 체결하지 않았을 때보다 3% 정도 커집니다.
그만큼 재정도 튼튼해질 수 있죠.그 재원으로 경쟁력을 높이고 소외계층에 대한 정책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EU와 FTA를 맺으면 과거 협상을 추진하다 중단된 일본,그리고 중국과도 FTA 협상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인데요.
그렇게 되면 미국 유럽 동아시아 등 세계 3대 경제권이 한국을 매개로 경제적으로 통합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어요.
이것은 우리나라 역사에 없던 중대하고 의미있는 일이지요.
그런 측면에서도 한·EU FTA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정리=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
국회가 더 이상 시기를 놓치지 말고 서둘러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총선이 마무리된 만큼 이제 의원들은 국익을 생각해 결정을 내려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 전 총리는 자타가 공인하는 개방론자로 참여정부에서 FTA 정책을 사실상 주도했다.
그는 현재 미국 워싱턴에서 고촉통 전 싱가포르 총리,로버트 루빈 미국 재무장관 등 세계 21개국 전·현직 총리 및 재무장관들과 개발도상국의 지속가능한 개발 모델을 모색하는 '와이즈맨 클럽' 결산 세미나를 진행 중이다.
김정호 한국경제신문 경제부장이 한 전 총리를 전화로 연결해 한·미 FTA에 대한 현지의 분위기와 한국 정부 및 국회에 대한 제언을 들었다.
―미·콜롬비아 FTA 비준을 둘러싼 미 행정부와 의회의 대립이 심상치 않습니다.
"부시 대통령이 의회의 사전 동의 없이 이행법률안을 제출했어요.
전례없는 일인데,임기 중에 타결된 콜롬비아 한국 등과의 FTA를 마무리하겠다는 강한 의지라고 봐야 됩니다.
그런데 의회의 분위기가 만만치 않아요.
FTA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거든요.
일자리가 줄고 미국과 FTA를 맺은 상대국이 더 혜택을 본다는 겁니다.
의회가 곧바로 법안을 무력화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한 것도 그래서죠."
―다음 순서인 한·미 FTA 비준도 장기화되는 것은 아닐까요.
"한국은 큰 시장인 만큼 미국도 조심스럽게 접근할 겁니다.
의회와 행정부가 타협하지 못하고 파국으로 치닫게 되면 한·미 FTA에도 좋지 않은 영향이 있을 수 있어요.
그렇다고 절망적인 것은 아닙니다.
타협이 되면 최상이지만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경우엔 한·미 FTA 비준에 전력할 가능성도 있으니까요.
한·미 FTA는 미·콜롬비아 FTA와는 정치·경제적으로 전략적으로나 비교가 안 될 만큼 중요하다는 사실을 미국도 잘 알고 있습니다."
―민주당 대선 주자들은 여전히 FTA에 부정적인데 선거용이라고 보십니까.
"그런 시각도 있지만 자유무역 확대에 대한 미국 내 여론과 의회 분위기를 반영한다고 볼 수도 있어요.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FTA가 확대될수록 일자리가 줄고 양극화가 심해질 수 있다는 거죠.물론 미국으로서는 제조업에서 경쟁력이 있는 한국이 걱정은 되겠지만,농업이나 서비스부문에서 이익을 보는 분야도 적지 않은 만큼 반대만 하지는 않을 겁니다."
―미국 내 분위기를 보다 우호적으로 만들려면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요.
"쇠고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합니다.
행정부와 의회 내에서는 국제적으로 안전성을 인정받은 미국산 쇠고기조차 수입하지 않는 한국과의 FTA를 비준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매우 강해요.
FTA는 양국 간 무역과 투자를 자유화하고 서로 차별하지 말자고 하는 것인데 쇠고기라는 특정한 품목에 대해서도 해결되지 않는다면 이건 매우 심각한 차별이라는 겁니다.
2003년만 해도 수입량이 19만t으로 전체 쇠고기 수입량(28만t)의 약 3분의 2를 차지했죠.그러다 광우병이 발생했고 검역문제로 수입이 금지된 것이죠.하지만 미국은 작년 5월 국제수역기구(OIE)로부터 광우병에 대한 위험이 관리되고 있는 국가로 인정받았습니다.
양국이 검역문제를 충분히 논의한 만큼 조만간 결론이 나겠지요.
저는 검역에 문제가 없다면 수입이 재개돼야 마땅하다고 봅니다.
검역문제로 수입 중단된 쇠고기를 다시 수입하는 것인데,이걸 두고 새로 개방되는 것처럼 얘기하는 건 맞지 않아요.
사실 그동안 수입 중단으로 국내 쇠고기 값이 너무 올랐잖아요.
직장인들이 불고기 회식도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니까요.
저소득 계층 국민들도 싸고 안전한 쇠고기를 먹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17대 국회가 한·미 FTA 비준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십니까.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의원들께서 나라의 장래를 생각해 과감한 결정을 해 주실 걸로 믿어요.
한·미 FTA 비준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봐요.
비준동의안이 외교통상위원회에 상정돼 있는 만큼 국회의 절차를 가속화해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하고 싶어요.
돌이켜 보면 다른 FTA와 달리 한·미 FTA의 경우엔 교섭 과정에서 국회가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밤 12시를 넘기면서까지 28번의 회의를 통해 교섭내용을 점검하고 의견을 제시했었죠.공청회도 여러번 했고요.
이런 모든 과정을 고려해 국회가 시기를 놓치지 말고 결정해 줬으면 합니다."
―정치권에서는 5월 임시국회 소집이 어려울 것이란 얘기가 나옵니다.
새 정부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비준은 국민의 동의를 받는 것이라 교섭 이상으로 중요합니다.
새 정부는 우선 관련 상임위원회나 각 정당들과 협의 및 설득에 나서야 합니다.
의원들이 국익만 생각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정부 전체가 총력전을 펴야 할 때입니다.
물론 한·미 FTA를 지지하는 분들도 적극적으로 의사를 전달해야겠죠.쇠고기 문제 해결을 통해 미국이 한국의 통상정책을 더 신뢰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도 필요하고요.
한국은 고령화 사회로 들어가면서 성장 잠재력이 약화될 수 있는 위험요인을 안고 있어요.
국가의 총체적 생산성을 높여야 할 상황인 것이죠.그런 측면에서 개방과 경쟁은 우리나라를 투명하게 만들고 총체적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미 FTA를 포함한 개방정책도 그런 차원에서 봐 주시길 간곡하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새 정부가 추구하는 글로벌코리아도 같은 맥락이 아니겠습니까."
―정부는 미국 다음으로 유럽연합(EU)과의 FTA를 상반기에 체결한다는 입장인데요.
EU와의 FTA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요.
"관세율을 보더라도 미국의 승용차 관세율은 2.5%인 데 비해 EU는 10%거든요.
EU와 FTA가 되면 우리 경제규모는 FTA를 체결하지 않았을 때보다 3% 정도 커집니다.
그만큼 재정도 튼튼해질 수 있죠.그 재원으로 경쟁력을 높이고 소외계층에 대한 정책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EU와 FTA를 맺으면 과거 협상을 추진하다 중단된 일본,그리고 중국과도 FTA 협상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인데요.
그렇게 되면 미국 유럽 동아시아 등 세계 3대 경제권이 한국을 매개로 경제적으로 통합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어요.
이것은 우리나라 역사에 없던 중대하고 의미있는 일이지요.
그런 측면에서도 한·EU FTA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정리=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