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자골프 시즌 개막전인 '김영주골프여자오픈' 2라운드(지난 12일)가 열린 제주 제피로스GC 9번홀(파4).선두권에서 각축을 벌이던 송보배의 두 번째 샷이 그린을 훌쩍 넘어갔다.

공은 경사가 심한 러프에 박혔고 송보배는 세 번째 샷을 그만 헛치고 말았다.

탈출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송보배는 '언플레이어블'(1벌타를 받고 두 클럽 이내에서 드롭하고 치는 것)을 선언했다.

드롭을 했으나 경사가 심하다보니 공은 두 클럽 거리를 벗어나 아래로 굴러갔다.

골프룰(20조2항)은 드롭한 공이 두 클럽을 벗어나면 재드롭을 하고,다시 벗어나면 재드롭할 때 떨어진 최초의 지점에 공을 놓고 치도록 돼 있다.

송보배는 재드롭을 했다.

이 때도 공이 아래로 굴러갔지만 두 클럽 거리를 벗어나지 않았다.

그 자리에서 쳐야 하는 상황.하지만 송보배의 캐디가 공을 집으려 했고 이를 지켜보던 김송율 경기위원장은 "공을 만지면 1벌타를 받는다"고 제지했다.

송보배와 캐디는 "무슨 그런 룰이 있느냐"며 경기위원장에게 격렬하게 따지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주변에 있던 송보배의 오빠는 경기위원장에게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까지 해댔다.

결국 송보배는 9번홀을 마치자마자 경기를 포기했다.

이같이 황당한 일이 일어난 일차적 원인은 골프 규칙에 대한 무지다.

그런데도 경기위원장과 심한 언쟁을 벌이고 기권까지 했다는 것은 프로의 자세가 아니다.

지난달 일본 LPGA투어 개막전에서 우승하고 '금의환향'한 송보배의 멋진 샷을 보고 싶었던 팬들의 기대를 여지없이 무너뜨린 행동이었다.

2004년에는 안시현이 스윙에 방해가 된다면서 'OB말뚝'을 뽑아버려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안시현 역시 실수를 저지르고도 적반하장으로 경기위원들에게 항의하는 소동을 벌였다.

송보배와 안시현은 공교롭게도 일본과 미국 대회에서 우승하고 난 직후 이런 실수를 했다.

주변에서는 외국의 큰 대회에서 우승하고 나니 국내 대회를 하찮게 생각하는 '골프 공주병'에 걸린 게 아니냐는 수근거림이 들렸다.

규칙을 정확하게 아는 것도 실력의 일부다.

또 진정한 프로라면 어떤 대회든 출전했으면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한은구 문화스포츠부 기자 tohan@hankyung.com